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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시간여행 영화는 불법!
김용언 2011-04-26

공산당 창당 90주년 맞은 중국, ‘시간여행 설정 불가’ 천명

드라마 <신화>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었다. 지난 4월1일 중국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은 “프로듀서들과 작가들이 진지한 역사를 경솔한 방식으로 위협하고 있다. 시간여행 설정은 앞으로 장려되어서는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중국에는 영화와 관련한 법이 따로 없으며, SARFT의 가이드가 그 대체제로 기능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중국영화와 드라마에서 시간여행 판타지는 당분간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레이먼드 주 리밍은 “시간여행 금지안에 관한 이론적 설명이라면 현실세계에서 가능하지 않은 설정은 무엇이든지 미신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바로 얼마 전인 2010년 중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신화> 역시 시간여행물이었다. 우연히 2천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 평범한 청년이, 자신이 한나라의 첫 번째 황제 유방의 형제였음을 알게 되고 형제들과 힘을 합쳐 진시황에게 대항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시간여행 설정은 문학과 연극을 넘어 영상물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주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같은 가이드가 내려온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그중 과거의 오류를 정정하거나 과거에서 개인의 행복과 사랑을 찾는다는 시간여행의 설정이 중국 공산당의 중앙 강령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하다. SARFT의 가이드 말미에는 모든 영상물이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축하하고 중국 혁명의 활기찬 재건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으나, 지난 1989년 중국에서 개봉하여 큰 인기를 모았던 홍콩영화는 <급동기협>이었다. 현재와 명나라 시대를 오가는 시간여행물인 이 작품에는 원표, 원화, 장만옥이 출연했다. 그리고 같은 해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맞닥뜨렸다.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맞이하기 위한 호들갑스러움에는 1989년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