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까운 40대 남자가 나름 현빈 머리를 하고 어디 낯을 냈는데 모두들 왜 설운도 머리를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30대 때 배용준 머리를 했다가 고이즈미 머리라는 소리를 들은 전력이 있어서 그런지 바로 앞머리를 잘라냈다. 내가 아는(믿는) 얼굴과 남이 보는 얼굴은 이렇게 다른 거다(와우 심각한 피오나라니. 전혀 상상 못한 컨셉입니다. 근데 앞앞면 문석 편집장의 새 일러스트를 보니 살짝 위로가 되는 이 마음은 뭘까요).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서 기어이 장기근속자 등의 자녀 채용 특혜 내용을 담은 단협안을 노사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채용 세습’이라는 사회적 논란과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눈길을 외면한 채 말이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현대차는 배째라로 일관하고 정규직 노조는 말로만 거들었을 뿐 정작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그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지만 이토록 불안정한 세상에서 25년 이상 정규직으로 근속했으면 비교적, 상당히, 안정적으로 먹고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애들 학비도 지원받았을 터이다. 퇴직금도 적잖을 것이고 국민연금도 꽤 많이 쌓였을 것이다. 어느 회사나 기관이든 업무상 재해를 입거나 순직한 이들의 직계가족을 채용하는 관행은 있다. 하지만 그건 환난상휼이지 이 경우에 댈 일이 아니다. 기아차나 한국지엠의 단협에도 장기근속자 등의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이 있다지만 기아차는 사내 비정규직까지 적용 대상이고 한국지엠은 20년 전에 만든 내용인데다 공채를 하지 않아 적용된 일이 없다. 때론 내 얼굴 남이 훨씬 잘 본다.
최소한 지난 몇년간 현대차 노조가 사회 안전망을 위해 싸우는 걸 본 기억도 별로 없는데, 누군가의 기회를 앗는 방식으로 이렇게 자기 안전망을 챙기려는 건…, 너무 치사하잖아. 게다가 그 내용도 다 큰 자녀의 구직난이나 실업 대비 방편이라니. 대체 왜 이렇게 된 건가요, 아저씨들. 차라리 임금 투쟁해서 월급 왕창 올리시고 자녀 몫으로 적금이나 보험, 계를 들어주세요. 아, 그것도 쉽지 않겠다. 자녀 미래까지 담보로 잡혔으니 앞으로 회사에 더더욱 밉보이면 안되니까. 이렇게까지 비루해져야 하는 건가? 우씨, 눈물나려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