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겐 텔러, <Victoria Beckhamgt>, Marc Jacobs Campaign SS08
7월31일까지 / 대림미술관 / 02-720-0667 패션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에게 함께 파티장에 입장할 셀러브리티를 고르라고 한다면, 선택은 자명하다. 그는 찬란하고 더없이 아름다운 젊은 패션모델이 아니라 샬롯 램플링, 로라 던 같은 원숙하고 지적인 배우와 입장할 것이다.
유르겐 텔러는 그런 사진작가다. 사물의 초점을 날려버릴 정도로 거칠게 플래시를 터뜨리고, 여성의 처진 가슴을 사진에 담는다. 피사체를 아름답게 수정해줄 ‘포토숍 리터칭’ 기법 따위는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그저 ‘원래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 싶어할 뿐이다. “대부분의 패션 사진은 게이들이 생각하는 여성의 섹시함을 담는다. 그런데 이런 사진들은 심지어 이성애자 남자에게도 전혀 섹시하지가 않다. 그녀들은 너무 많이 수정되었고, 지나치게 화사하다. 거기에는 어떤 인간적인 모습도 남아 있지 않다. 글쎄, 당신도 인형과 자고 싶진 않을 거 아닌가.” 유르겐 텔러의 사진을 보면, 그의 호언장담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온갖 방패막이 사라진 텔러의 사진에서 사람들은 날것의 솔직한 아름다움을 강력하게 발산한다. 텔러와 오랫동안 작업한 패션잡지 <W>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니스 프리드먼은 “유르겐 텔러의 작품에는 사뮈엘 베케트가 들어앉아 있다”고 말했는데, 여백과 비틀린 아름다움이 베케트의 미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건 꽤 적절한 비유다.
<Touch me>는 프랑스 디종의 미술관 콘소시움과의 협업으로 열리는 전시다. 텔러가 지난 10년간 촬영해온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 캠페인과 함께 데이비드 호크니, 로니 혼 등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portrait> 시리즈가 소개된다. 마크 제이콥스 쇼핑백에 다리를 쫙 벌리고 들어가 앉은 빅토리아 베컴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촬영 과정이 짐작돼 웃음을 참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이힐에 명품옷을 입은 빅토리아보다 가방 속에 웅크리고 앉은 그녀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