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광적인 소비 양상을 보이는 몇 가지 유형을 나열해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더 많이 소비하는 일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하는 다소 철학적일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 있고, 반면 타인의 소비욕구를 자극해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몇 가지 마케팅 도구를 제공할 수도 있다. 더 많이 소비해야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 당신을 행복하게 할 소비의 유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기도 하다.
블로그에서 조회수를 보장하는 포스팅 중 하나는 새로 생긴 맛집이나 요즘 뜨는 여행지를 경험하고 쓰는 ‘후기’다. 이 책의 구분대로 말하자면 이런 소비유형은 ‘소잿거리’를 사는 것이다. 도심에 새로 문을 연 고급호텔에 투숙해보기, 줄 서는 일본 음식점에서 식사하기 등. 단순히 비싼 게 문제가 아니다. 화제가 될 만한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앞서, 공들여 소비한다. 취미에 따른 세분화된 소비는 ‘키덜트족’이니 하는 유행어나 세대 구분과 함께 다닌다. 이 책에서는 ‘몰입 소비’라고 부른다. 자신이 집착하는 분야는 철저히 파고드는 데 반해 관심없는 것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개인 소비의 진화한 형태인데, 일반적으로 인정받기보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난감 끼워팔기 전략도 여기 해당한다. 한편 소비에 반(反)하는 소비의 성격을 지닌 소비유형도 존재한다. 물건이 주는 만족감, 가치, 거기에 더해 수고로움과 불편함을 구매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때로 생업을 바꾸게 하는) 안전한 먹을거리가 없다는 불편에서 시작된 도시 거주자의 밭 가꾸기, (때로 중독에 이르는) 운동이나 악기 배우기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소비 유형의 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세대차와 사회구성원의 인식 변화다.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기피하는 데까지 이르는, 소비를 통한 행복의 극대화라는 종교에 가까운 신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