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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독일사회의 편견, 유머로 승화시키다

독일의 터키이주민 가족사 유쾌하게 그린 <알마냐>

<알마냐>

독일인의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한방에 날려버릴 대중영화가 나왔다. 터키 출신 이주민 3세대인 야스민 삼데렐리와 네스린 삼데릴리 자매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언니가 감독을 맡은 데뷔작 <알마냐>(Almanya: Willkommen in Deutschland)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비경쟁작으로 첫선을 보이면서 호평을 받았던 <알마냐>는 지난 3월 초 개봉하자 예상 밖의 관객몰이를 하더니 4월 초에 있었던 독일영화상에서는 롤라 은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독일 유력주간지 <차이트>는 “<알마냐>는 요란한 광고 없이도 입소문으로 누구나 보러 가게 되는 대중영화”라고 호평했다.

어느 터키 이주민가족의 개인사를 그린 <알마냐>는 독일사회에 산다면 누구나 공감하는 에피소드와 유머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45년 전 터키에서 100만1번째 이주노동자로 독일에 건너온 휘세인과 식솔들이다. 이제 갓 학교에 입학한 휘세인의 여섯살짜리 손자 생크는 엄마가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터키 아이들과 독일 아이들 모두에게서 독일인도 터키인도 아니라고 놀림을 받는다. 이때부터 3세대 6살 꼬마의 정체성 고민이 시작된다. 1세대 조부모인 휘세인과 파트마는 독일 여권을 얻었지만 두고온 고향에 집을 장만했다. 어느 날 휘세인은 자식과 손자들에게 고향으로 휴가를 가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 유쾌한 영화는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여행 도중에 스물두살난 사촌누나 카난은 6살 생크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삼촌과 고모를 데리고 독일로 이주했던 정황을 설명해준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처녀, 총각 시절 에피소드가 스크린에 펼쳐지고, 지금은 늙어버린 고모와 삼촌들이 모두 아역으로 등장하면서 뭔가 유쾌하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마구 터져나온다. 감독 야스민 삼데렐리는 당시 터키인의 시각으로 본 생경한 독일인과 독일사회의 모습을 기막히게 묘사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영화적 편의에 따라)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지만, 당시 독일에 갓 도착한 터키 가족이 접하는 독일어는 독일 관객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일종의 ‘판타지 언어’로 표현된다. 이렇게 세세한 유머감각을 통해 <알마냐>는 터키 이주민들에 대한 독일사회의 편견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터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는 베를린’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독일에는 터키 이주민들이 많다. 그들은 오랫동안 독일사회와 문화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살아왔지만 독일인들의 편견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유쾌한 어투로 이런 편견에 접근해가는 <알마냐>를 통해 독일인들이 이주민들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이주민 1세대에게 고마움 전해요”

야스민 삼데렐리 감독

<출처 : Raimar von Wienkowsk>

-이 영화를 찍게 된 동기는 뭔가. =조부모님이 처음 독일에 왔을 때의 에피소드들이 큰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주민 1세대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표하는 영화다. 우리 세대는 이주 1세대가 해낸 것들을 잊고 산다. <알마냐>를 찍으면서 가족과 고향을 떠나 멀리서 일한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을지 새삼 깨달았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로는 뭐가 있나. =우리는 엄마에게 크리스마스를 독일 가정처럼 보내자고 많이 졸랐다. 물론 <알마냐>에서처럼 항상 실패로 끝났지만.

-동생이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장단점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비슷한 유머코드를 가졌고, 게다가 둘 다 영화에 큰 열정을 갖고 있다. 네스린은 동생일 뿐만 아니라 공동작업자이자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물론 자주 다툰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어떤가.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 페이스북에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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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Raimar von Wienkow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