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씨네리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근무했다. 건물 담벼락에 ‘영진 왕자지 변태’라는 문구가 써 있었던 관계로 마침 옆사무실에 입사한 이아무개를 꽤 아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엿한 기획취재1팀장이다. ‘씨네리의 뮤즈’라 할 만한 혜리씨의 곱고 깊고 서늘한 글발은 미모만큼이나 한결같지만 여백도 유머도 많아졌다. 처음 봤을 때 스타덤 출연배우의 코디네이터인 줄 알았던 도훈씨는(미안, 지금도 기자로는 안 보여) 점점 더 패션과 센스가 탁월해지는 것 같고, 교열팀 귀숙 언니는 이젠 국장님 대우를 받겠지만 여전히 사슴 같은 눈과 소녀삘을 유지하실 테며(키 때문이 결코 아님), 다혜리는…, 이하 생략.
몇년 전 창간기념호에도 이런 얘기를 했는데, 독자들이 무척 즐거워하셨다. ‘회고’라 쓰고 ‘폭로’라 읽어야 하는 거니? 어쨌든 필자로서 서바이벌이자 독자 서비스다. “어떻게 하면 사흘 동안 1.5kg를 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보내온 고2 여학생도 고맙지만(네 나이엔 그러면 안된다고 해줬음. 그만큼 찌지나 말라고), 족히 10년 전 ‘내 인생의 영화’에 썼던 성룡 찬가를 기억하고 간간이 성룡 안부를 물어(다)주는 분을 비롯해 먹고살기 힘들어 영화 한편 제대로 못 보지만 있어 보이기 때문에 씨네리를 구독한다는 분까지(저도 그런 이유로 씨네리에 계속…), 같이 나이먹어가는 독자들이 특히 고맙다. 매체가 오래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아카이브다. 스캔들 소식이 너무 없는 것과 스타의 사생활을 엿보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건 나(와 일부 독자)의 수준 탓이다. 이 정도 됐으면 그냥 참아야 한다.
원전 위험과 카이스트 사태,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까지 우리는 어쩌면 구제금융 사태 이후 가장 통렬한 성찰의 시기를 맞았다. 최철원은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게 감형 이유가 되고, 신정환은 같은 게 사전구속 사유가 된다. 세상이 나쁜 쪽으로 공고해지는지, 논란이 곧 희망인지는 좀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보편적으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야 직업과 벌이, 연령, 기타 등등을 막론하고 씨네리를 끼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진다. 영화와 세상에 대한 긴장을 씨네리가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홍세화 선생은 유보하되 포기하지는 말자고 하시는데, 어쨌든 오늘의 행복만큼은 유보하지 말자. 전문점 커피 대신 자판기 커피 한잔과 씨네리를 사는 거다. 남기남을 매주 만난다는 건 분명 행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