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개편은 활자매체의 숙명이다, 라고 1년 전 이 자리에 적었었다. 한해가 흘러 숙명의 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낡은 꼭지를 싹 허물고 참신한 꼭지들로 지면을 빽빽하게 채우는 것이 개편의 정도일 터이나 (우리 기준으로는) 지난해 큰 개편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동안 미흡했던 점을 보충한다는 정도의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그러니까 재개발보다는 리모델링을 선택했다고 할까.
이번 개편의 초점은 칼럼의 강화다. 우선 건축가 황두진씨, 패션 에디터 심정희씨, 디자인 연구가 박해천씨가 건축, 패션, 디자인과 영화를 연결지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해줄 것이며, ‘10아시아’ 최지은 기자와 칼럼니스트 유선주씨는 <씨네21>의 오랜 숙원이었던 TV 칼럼을 맛깔나게 책임져줄 것이다. ‘사색하는 강아지’ 올드독 또한 인터넷 <씨네21>에서 인기있었던 ‘올드독의 영화노트’를 지면으로 연재하게 된다. 소설가 김중혁씨가 한달에 한번씩 적는 인디음악가들의 연대기 ‘No Music No Life’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영화음악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의 필자 음악평론가 차우진씨와 ‘디지털’에서 이름을 바꾼 ‘Gadget’난의 새 필자로 영입된 이기원 에디터의 활약상도 기대된다. <씨네21> 구성원들의 취향을 엿보게 할 ‘타인의 취향’도 짭짤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은 아니지만 미디액트와 <씨네21>이 함께 만드는 지면 ‘영상공작소’도 야심찬 기획이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영상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지상강좌는 우선 김성호 감독의 ‘스마트폰으로 공포영화 만들기’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필요하다면 개편은 언제라도 진행될 것이다.
창간을 맞아 특별한 기사들도 준비했다. 우선, 배우 고현정씨가 동국대 연극영화과 동기동창인 이미연씨를 ‘인터뷰’했다. 기자들이 진행하는 딱딱하고 심각한 인터뷰와 달리 이 배우와 배우의 인터뷰는 ‘미지의 생명체’라 할 수 있는 배우들만의 세계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얼핏 친구끼리의 수다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배우만이 짚어낼 수 있는 배우의 고민을 짚어줬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여덟 번째 파트너 봉준호 감독과의 씨네산책도 무척 흥미롭다. 정성일, 허문영 두 평론가의 질문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답변을 읽노라면 그의 머릿속 심연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하다. 시간이 많은 분이라면 봉준호 감독의 뇌구조도를 그려보시라(아무래도 구멍이…!). 한국영화 캐스팅 비사와 독자모델 콘테스트는 창간을 맞아 준비한 우리의 ‘서비스’로 받아주시길 바란다.
이후 이어질 창간맞이 연속 특집기사와 이벤트도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특히 곧 선보일 ‘디지털 매거진’은 창간 16주년의 가장 큰 야심작이다. 그에 앞서 배우 오달수씨의 대변신을 담은 영상물이 공개될 예정이니 놀랄 준비를 하셔도 좋다. 드디어 800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