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봉계신문’의 취재기자 종호(박원상)는 자신의 일에 별 애착이 없는 남자다. 그러던 중 특종 고발기사 하나로 겨우 체면치레를 한다. 학교 선생이자 그런 남편을 한심하게 여기는 아내 미라(전미선)는 학교에서 촌지사건에 얽히는데, 그 사건은 바로 고발기사의 피해자인 개장수 아내가 계획한 복수였다. 게다가 노처녀 편집장(황석정)은 기자들을 매일 달달 볶고, 종호의 후배 민기(윤희석)는 정체불명의 소녀 윤미(윤승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옆집 여자 혜경(윤세아)은 종호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낸다. 그렇게 봉계마을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조그만 봉계마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은 얽혀 있다. 미라의 친구이기도 한 편집장은 종호를 오래도록 흠모해왔으며, 민기는 미라의 동생이기도 하며, 혜경 또한 남편이 누구인지 나중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렇게 아옹다옹 옥신각신 한 다리 걸러 모두 얽혀 있는 이 협소한 관계가 웃음을 자아낸다. 비밀인 것도 없고 비밀이 아닌 것도 없는 마을이다. 한편, ‘정다방’을 ‘장다방’으로 착각해 초라한 인물기사를 내고, 오직 광고를 따내기 위해 지역유지 인터뷰를 섭외하는 작은 신문사 편집부의 뒷얘기도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다.
챕터별로 서로 다른 단편을 보는 것 같은 옴니버스식 구성, 후반부에 택시 기사(정경호)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짜임새있게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전체적으로 능청스런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아 들어간다. 특별한 야심을 내세우지 않는 연출은 소박하고 인간적으로 다가오지만, 한편으로 여러 캐릭터를 오가면서 몇몇 굵은 방점을 찍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