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충격과 애도와 공포와 무력감 모드를 차례로 거치며 마구 먹어댄 떡과 빵과 과자부스러기 탓에 몸무게가 확 늘었는데, ‘플라시보 효과’(위약효과, 가령 밀가루를 약으로 알고 먹어도 실제 효과가 있는 식의)를 노리고 ‘빠진다, 빠진다, 빠진다’ 하며 지냈더니 진짜 세끼 밥 다 먹고도 사흘 동안 1.5kg가량이 줄었다. 음, 급작스레 불어난 몸이 탄수화물양을 줄여주니 정상적인 생체 리듬을 찾아가는 거겠지만 일시적으로나마 내 마음이 내 몸의 비상시국을 해결한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수자원공사에 다니는 친구가 요즘 부쩍 받는다는 민원 전화. 1. “거기 원자력발전소죠?” (여기가 아니라고 하면) 2. “어쨌든 절대 민영화하면 안됩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들은 (주)한국수력원자력에서 건설·운영·관리한다. 주식회사이나 공기업이다. 최대 주주가 누구냐에 따라 갈리는 거겠지만 어쨌든 아직은 민영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해온 민영 도쿄전력의 허둥지둥한 모습을 보니(급기야, 특수천! 하늘은 가린다치고 바다는 어쩔 건데요) 돈 되는 것이면 뭐든 팔아넘겨온 일본 자민당의 과오가 새삼스럽다.
일본은 10개 전력사가 각 지역 원전을 독점적으로 나눠 갖고, 정부는 이들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대단한 특혜 속에 운영되어왔다. 정부와 원자력업계의 유착은 상시적이었다.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는 정부이고, 정부는 정치가 만든다. 일본의 지금 상황을 ‘정치 재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제아무리 쿠로시오 해류가 동쪽으로 흐르고 편서풍이 분다 해도 지구는 결국 둥글다. 아흑, 남의 나라가 정치 잘못해도 내 삶이 이렇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방사능 플라시보 효과라도 노리는 수밖에.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정을 보니, 이 정권이 참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하지 않을 걸 질질 끌면서 패 갈라 싸우게 하고 헛물켜게 했다. 진작부터 타당성이 없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았잖아. 입지선정 결과 발표 하루 전에 현장실사 시늉을 하고, 대통령은 장관과 총리 뒤에 꽁꽁 숨었다가 유력 대선주자가 ‘약속’ 운운하니까 뒤늦게 국민 사과를 한다고 나섰다. 브레이크만 잘 듣지 않는 줄 알았는데, 변속기가 진작에 망가져 있었던 거다. 앞으로 갈지 뒤로 갈지, 어디 갖다댈지를 모르니 그야말로 갈지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간은 앞으로 간다는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