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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대학 영화과 신입생 여러분께
문석 2011-04-04

이제 캠퍼스에도 봄이 쏟아지고 있겠군요. 입학한 지도 한달이 됐으니 대학 생활도 익숙해졌겠고요. 영화를 전공하겠다는 꿈은 잘 자라고 있나요. 궁금하네요.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쭤보는 내용을 이번 특집기사로 준비한 것도 그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보다 많은 대학을 찾아가 다양한 생각을 듣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는 것,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총 421명이 참여해준 설문 결과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우선,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예상대로였지만 해외쪽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제임스 카메론처럼 아주 최근의 화제작을 만든 감독들이 이렇게까지 높이 꼽힐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과 미국 바깥의 감독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 결과를 보고 ‘이게 뭐야, 영화를 전공하겠다면서 이렇게 수준이 얕아도 되는 거야?’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지는 않습니다. <아바타>나 <인셉션>이 대단히 인상적인 영화였다는 점도 인정하고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나라의 영화 중 요즘 들어 그렇게까지 화제를 끈 작품이 없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아직 대학 새내기인데 관심과 지식과 열정이 어떻게 선배들이나 영화인들과 같겠어요.

물론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선배들의 신입생 시절에 비하면 덜 치열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당시 이런 설문조사를 한 적은 없지만,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대학 영화과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선배들의 답변은 상당히 달랐을 것 같아요. 그때의 한국 영화계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을 테죠. 새롭고 도전적인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미학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한국영화의 위상이 상승하고 있었으니까요. 멀티플렉스와 블록버스터가 획일적으로 지배하는 지금보다는 영화 문화 또한 보다 다양했고요. 그러니 만약 여러분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상대적으로 덜 뜨겁다면 그건 결국 선배들의 문제일 겁니다. 2006년을 지나면서 한국영화산업이 갑작스레 침체하도록 만들었고, 영화계의 다양성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란 말이죠.

그럼에도 쓴소리 한마디만 하려 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겠지만, 거기서만 머문다면 한계에 부딪힐지도 모릅니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시네아스트가 됐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부딪히면서 영화를 익힌 덕분일 것입니다. 학교는 여러분 마음에 영화의 씨앗을 단단히 심어주겠지만, 결국 그것을 가꾸고 거두는 건 여러분의 몫이겠죠. 만약 영화에 왕도가 있다면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는 것뿐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과 학생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췄군요. 여러분과 세상의 영화들의 조우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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