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도 보고 싶다. 그가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문패까지 달린 집들이 고스란히 수몰된 마을과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는 등대마을을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아마 바람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7년의 밤>을 읽은 이라면 누구라도 영상화에 욕심을 낼 테니까. 책읽기를 멈출 수 없는 이야기의 힘, 인물들이 가진 생생한 매력, 취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배경설명과 최후의 순간에 다다르고야 해결 가능한 미스터리. 출간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이 단숨에 끝까지 읽고 “재밌죠?” 하고 묻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7년의 밤>은 그런 책이다.
갓 스물을 넘긴 서원은 숨어 살고 있다. 그의 아버지가 사형집행을 앞둔 ‘살인마’이기 때문이고, 지난 7년간 그가 새 삶을 찾으려 할 때마다 기어코 찾아내 그의 과거를 고하는 잡지를 주변에 뿌리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넘긴 청년회장이 있는 바닷가의 가난한 마을에 간신히 자리를 잡은 그에게, 과거의 망령이 다시 찾아온다. 열두살짜리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몽치로 때려죽이고, 자기 아내마저 죽여 강에 내던지고, 댐 수문을 열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아들로 살아야 했던 7년간 애써 고개를 돌려왔던 그날 밤의 진실이. 장르를 말하자면 미스터리인 셈인데, 과거의 수수께끼를 푸는 게 재미의 전부는 아니다. 7년간 지옥을 살았던 사람들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치 그들이 살아 있는 누군가인 듯 절절한 애통함을 느끼게 된다. 다만, 막판에 상황이 자로 잰 듯 (멀리 있는 이들의) 의도대로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읽는 이의 성향에 따라 단점으로도 장점으로도 받아들여질 듯하다. 그 점을 단점으로 느꼈다 해도, 그가 울 수 있도록 주인공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주인공과의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