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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잠깐만 나와도 대박?
배명훈(SF작가) 2011-03-29

<데브다스><옴 샨띠 옴>부터 <신이 맺어준 사랑>까지 주요 출연작

<데브다스>

샤룩 칸에 관한 한국어 정보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cafe.daum.net/indiamovie/)이다. 최신 인도영화를 전반적으로 다루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샤룩 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정도로 샤룩 칸 팬이 많다. 샤룩 칸의 출연작을 따라가기만 해도 굵직한 감독이나 배우, 안무가 등 인도영화의 주요 인물들을 다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인도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저 샤룩 칸을 이정표 삼아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인도영화인 <춤추는 무뚜>가 발리우드영화의 대표작이라고 믿는 보통 한국인을 인도영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드는 데는 우선 <데브다스> <옴 샨띠 옴> 콤보가 효과적이다. <데브다스>(Devdas, 2002)는 100여년 전에 씌어진 인도 소설이 원작이며, 그 뒤로 지금까지 수차례나 영화화된 인도식 사랑 이야기의 전형인데, 이 영화를 보고 안 보고에 따라 인도영화 전체에 대한 인상이 결정될 만큼 아름다운 현대의 고전이다. 그에 반해 <옴 샨띠 옴>(Om Shanti Om, 2007)은 2008년 부천영화제에 초대됐던 전형적인 마살라 무비. 화려하고 신나는 춤과 노래, 자신들의 영화계에 대한 풍자, 너무나 노골적인 직접광고, 눈을 확 잡아끄는 여자주인공, 긴 상영시간 등 인도 향신료 냄새가 물씬 나는 떠들썩한 대중영화다. 특히 이 영화의 삽입곡인 <고통의 디스코>(Dard-E-Disco)라는 충격적인 뮤직비디오에서 샤룩 칸은 영화의 흥행을 위해 슈퍼스타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자조적이면서도 당당한 방식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슈퍼스타를 연기하는 슈퍼스타, 인도에서 샤룩 칸이 어떤 존재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빌루>(Billu, 2009)도 부천영화제 초청작(2009년). 인도영화 본연의 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인도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고 마살라 배합이 인상적인 영화이며, 배우 이르판 칸(Irrfan Khan)의 담백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수백명이 함께 춤을 추는 거대한 인도영화식 군무의 소용돌이 속에, 춤을 전혀 추지 않는 연기파 배우 이르판 칸의 동선이 어떻게 녹아들어가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굉장한 즐거움이다.

<신이 맺어준 사랑>

혹시 샤룩 칸이 연기는 연기파 배우에게 맡겨버리는 슈퍼스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면,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신이 맺어준 사랑>(Rab Ne Bana Di Jodi, 2008)이 약이다. 이 영화에서 샤룩 칸은 인도 영화계가 남자배우에게 요구하는 터프하고 껄렁하고 느끼한 마초적인 남성상과, 거의 일본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초식남, 그것도 새싹만 먹고 살 것 같은 초식남을 동시에 연기한다. 특히 이 평범하고 소심한 인도 직장인을 연기할 때의 모습이 더 빛나는데, 다른 인도 남자배우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득 담은 보온도시락처럼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가 우리에게는 훨씬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에 정말로 보온도시락을 들고 노래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걸 보면 샤룩 칸이 터뜨리는 보온폭탄이 왜 사람의 마음속에서만 폭발한다는 건지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며 공감할 수 있다.

이 영화들을 다 보고도 설득이 안된다면, 글쎄, 소개해줄 영화는 끝도 없지만, 심장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리스트가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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