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글쓰기 책은 더도 덜고 아니고 딱 자기계발서다. 일단 가려운곳을 긁어준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독자를 준엄하게 꾸짖고 냉엄한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러고는 하나씩 따라하면 누구나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당근을 흔들며 실용적인 조언을 해준다. 읽다보면 ‘이렇게 하면 글쓰기도 어렵지만은 않겠는걸!’ 하고 홀딱 속아넘어가게된다. 눈앞에서 스티븐 킹이 환하게 웃으며 어서 오라는 듯 손을 흔들고(여기부터 뭔가 단단히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챘어야 하건만), 그러고 보니 헤밍웨이도 저기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고(환상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먼 곳에 있습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마냥 인자한 할머니처럼 느껴지는데다(그녀가 평생 쓴 책 리스트가 웬만한 성인의 10년치 소설 독서량을 가뿐히 넘긴다는 사실은 이미 망각하고 있다)….
희망에 부푼 독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책을 읽는 것은 마치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구입하지만 매일매일 마감하고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나가야 하는 현실을 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다이어트 책을 밤낮으로 읽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고기와 밥이며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탄수화물 폭탄과 초콜릿 지옥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지만 사실 회사 근무가 새벽 3시에 끝난다든가 말이다. 글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글로 배우는 게 일견 옳게 보이지만, 아이고 신이시여, 작법 책을 읽고 “나도 이제 작가”라는 공상에 빠진다는 것은 권투를 책으로 배운 다음 타이슨과 같은 링에 올라가는 것과 같다. 한쪽 귀를 물어뜯긴 다음에야, 귀 한쪽이 없다고 해서 모두 고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될 뿐이다. 서머싯 몸이 그랬다. 글쓰기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그래도, 그래도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싶은가?
제임스 스콧 벨이 쓴 <작가가 작가에게>는 소설을 쓰는 77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과연 이 책이 하는 말이 진짜일까? 도움이 될까? 이 책에는 구체적인 조언들이 가득하고 전략과 전술이 빼곡하다. 한국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에이전트 관련 지시사항도 있긴 하지만 소설에 절대쓰지 말아야 할 것들로 날씨, 꿈, 행복한 사람들을 제시하고, 등장인물을 생각에 잠기게 하지말라는 조언은 너무 적확해서 소름이 돋는다. 이 책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소설의 신의 증조할아버지가 와도 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소설을 뚝딱 써내게 되지는 않는다. 유용한 조언, 뼛속 깊이 새길 충고,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전망이 가득한 이 책은 결국 딱 한마디로 갈무리된다. 써라. 롸잇 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