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볼 수 있는 여자가 범죄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미국 드라마 <미디엄> 1시즌 1회는 주인공이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애들 키우기에 지친 가정주부가 죽은 자 운운하는 사기를 친다는 식의 시선. 미쳤거나 사기꾼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 냉담한 반응. <프로파일러>를 쓴 팻 브라운도 프로파일러로 자리를 잡기까지 그런 시선과 싸워야 했다. 프로파일러의 일이 어디까지나 증거를 바탕으로 한 추론인데도 그렇다. 보수를 받지 않고 프로파일러로 일하며 유명해진 팻 브라운은 그렇게 세상과 싸워가며 지금의 자리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프로파일러에 대한 기존의 책들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사례 분석을 위주로 하고 있다면 이번 책은 평범한 가정주부가 프로파일러가 되기까지의 사연에 직접 다룬 연쇄살인사건 이야기를 더했다. 커리어의 시작은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었다. 팻 브라운은 집에 세들어있는 남자가 범인 같다고 느끼고, 증거로 보이는 물건들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경찰은 물론 남편마저도 그녀의 주장을 곧이 듣지 않는다. 결국 범인으로 추정하던 남자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동네를 떠나게 되자 팻 브라운은 본격적으로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 FBI에 들어가지 않고 프로파일러로서의 자격을 쌓고 세상의 인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외로운 싸움이었다. 이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충격적인 실제 범죄사건들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녀가 프로파일러로 인정받기까지의 사연이야말로 흥미롭다.(원래 이 지면을 위해 다른 책들을 읽었다. 그런데 달콤하고 상쾌해서 마음에 쏙 들었던 연애소설의 주인공은 자위대고, 염세적인 아름다움이 은은히 빛을 발하는 또 다른 책의 시간은 관동대지진 직후다. 며칠 전 영화 예고편에서 쓰나미 장면을 보는 순간 극심한 두통을 느끼기도 했다. 무참한 뉴스 앞에서 낭만적인 감수성은 사치로 느껴진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