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예능 프로 버전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굿모닝 에브리원>
김용언 2011-03-16

지방방송국 PD 베키 풀러(레이첼 맥애덤스)는 어렵게 메이저 방송국 IBS에 취직한다. 동시간대 시청률 최저의 모닝쇼 <데이 브레이크>에 투입된 베키는 의욕을 상실한 스탭들을 추스르며 맹렬하게 일을 추진한다. 베키 자신의 우상이자 에미상 16번 수상의 전설적 앵커 마이크 포메로이(해리슨 포드)를 가까스로 영입하며 기뻐한 것도 잠시. 애리조나 미인대회 출신 수다쟁이 앵커 콜린 팩(다이앤 키튼)은 마이크와 기싸움을 벌이고,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데이 브레이크> 앵커 자리에 앉은 마이크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그 어떤 일도 할 생각이 없다.

<굿모닝 에브리원>의 전체 틀거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방송국 버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다. 젊고 패기만만하지만 다소 어수룩한 신입사원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악마 상사를 상대하고 일과 사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법을 배워나가며 사회인으로 성숙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눈을 호사시키는 패션계를 주요 비주얼로 선택했다면 <굿모닝 에브리원>은 예능 프로를 만드는 PD들의 피말리는 세계(당연히 근사한 패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그린다는 점에서 훨씬 현실적인 받침대를 딛고 있다. 분당 시청률까지 계산하며 눈치싸움을 벌여야 하는 생방송 예능 프로를 만든다는 것이 때로 얼마나 선정적인 취향의 막싸움까지 벌여야 하는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딱 생방송 시스템처럼 진행되는 영화의 리듬감은 재미있다. 로맨틱한 흥취와 현실적인 시각을 적절히 겸할 줄 아는 로저 미첼의 연출력은 <노팅힐>에 이어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하지만 베키와 아담(패트릭 윌슨)의 러브스토리가 단지 베키의 완벽주의를 드러내기 위한 작디작은 도구로만 사용된 건 아쉽다. 이 둘의 사랑은 너무 급작스레 시작되고, 느닷없이 싸우며, 맥없이 화해한다. <데이 브레이크>의 분투기에 비해 러브 스토리는 덧없을 만큼 초라하게 표현된다. 이쪽을 조금 더 신경썼더라면 베키의 성장기는 훨씬 흥미로웠을 것이다.

무표정하게 떽떽거리는 코믹 연기를 감행한 해리슨 포드가 화젯거리지만 지나치게 힘주어 으르렁거리는 톤으로 일관하는 연기 스타일은 조금 부담스럽다. 그보다는 온몸을 바쳐 예능 앵커로 거듭나는 다이앤 키튼의 자연스러움과 직장과 사생활 양쪽에서 덤벙거리며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는 레이첼 맥애덤스의 패기가 더 눈에 들어온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