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천보 인민학교 4학년인 종수(김환영)는 ‘겉보기가 안 좋다’는 교장 선생의 생트집 때문에 손꼽아 기다렸던 평양 견학을 하지 못한다. 종수는 혼자서라도 평양에 가겠다고 트럭을 잡아세우는 등 고집을 부리지만 어른들에게 쥐어박히기만 한다. 평양 가는 길을 찾으러 산과 들로 쏘다니던 종수는 우연히 서울에서 날려 보낸 선물꾸러미를 발견한다. 로봇장난감과 빨간 산타 옷을 손에 넣은 외톨이 종수는 친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량강도 아이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종수와 그의 친구들에게 로봇 장난감과 빨간 산타 옷은 금은보화를 쏟아내는 도깨비방망이나 다름없다. 로봇 장난감 덕분에 종수는 병상에서 죽어가는 동생에게 ‘닭알지짐’을 매일 가져다줄 수 있다. 큰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동생을 위해 종수와 친구들은 빨간 산타 옷을 입고 위문공연을 하고 자동차 기름을 얻기도 한다. 한편, 군 보위부장의 아들로 부족함 없이 사는 도식(신민규)은 종수의 로봇 장난감을 어떻게든 탈취하기 위해 갖가지 작전을 벌인다.
아이들의 장난감 쟁탈전으로만 소동이 그치진 않는다. 제복 입은 이들에게 로봇 장난감은 볼온하고 위험한 폭탄이다. 종수의 로봇 장난감 때문에 급기야 학교에 보위부가 들이닥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종수와 그의 친구들은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물든 반동으로 내몰린다. 그렇다고 <량강도 아이들>이 북녘을 생지옥처럼 묘사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서슬 퍼런 위협을 가하는 보위부원들에게 장난감 로봇이 ‘메이드 인 USA’가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니냐며, 기껏해야 10살짜리 아이들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변호하는 당 간부도 있고, 권력있는 집 아이만 싸고 도는 교장 선생에게 작정하고 대드는 젊은 여선생도 있다. 배터리가 떨어져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로봇 장난감을 되살리기 위한 량강도 아이들의 재치도 웃음을 선사한다.
<량강도 아이들>은 ‘철천지원수 미제’를 까부수는 ‘총폭탄’이 되자는 배고픈 구호보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북녘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을 더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의도는 캐릭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사건으로만 투박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의 아쉬움을 만회하기도 한다. 공동연출자인 정성산 감독은 평양연극영화대학과 모스크바대학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했으며, 1995년 남한에 정착한 이력의 소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