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극장>은 공포와 판타지 장르의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영화다.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 ‘숏!숏!숏!’에 상영되었던 이규만 감독의 <허기>, 한지혜 감독의 <소고기를 좋아하세요?>, 김태훈 감독의 <1000만>으로 구성했다.
<아이들…>의 이규만 감독은 <허기>에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기억을 먹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탈을 쓴 배우들의 연극과 단 한명의 관객이 풀어내는 사연이 서로 엮인다. 이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묘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소고기를 좋아하세요?>를 연출한 한지혜 감독은 그리스 신화 속 미노타우로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미노타우로스는 소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지닌 반우반인(半牛半人) 괴물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연약한 정육점집 아들 태식(이현우)이 연쇄살인 현장에 계속 출몰하는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할 테세우스가 된다는 내용이다. 채식주의에 대한 상징이 영화에 깔려 있다. <독>으로 주목받은 김태곤 감독의 <1000만>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감독들이 살해되는 사건을 다룬다. 이 살인사건 뉴스를 보며 “영화는 산업”이라 했던 김 감독(김태훈)은 정작 자신의 영화가 순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상황에 놓인다. “다음은 너야”라는 의문의 이메일을 받은 김 감독은 목숨에 위기를 느끼고 1차 편집본을 들고 잠적한다. <1000만>은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뼈있는 농담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세명의 감독은 극장 공간을 활용한 공포와 판타지를 전혀 다른 각자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허기>가 진지한 미스터리라면, <소고기를 좋아하세요?>는 다소 거친 느낌의 우화이고, <1000만>은 블랙유머를 구사하는 풍자극이다. 세편 모두 단편영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감수성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