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관련자들의 행적과 발언을 보면서 안쓰러움이 떠나질 않는다. 이 아저씨들 너무 ‘놀았다’.
덩씨 성의 중국 여성이 5∼7명에 이르는 주상하이 총영사관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최소 2명과는 삼각관계를 맺었으며 그중 한명에게는 “다시는 괴롭히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우연히 ‘눈이 맞은’ 게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덩씨 남편이 덩씨의 소지품(유에스비)에서 찾았다며 법무부에 자료를 넘긴 걸 보면 스파이 작전과는 거리가 있다.
덩씨에게 유출됐다는 문서 중 일부는 대외비이긴 하나 국가기밀급은 아닌 것 같다. 영사관 직원 인명부와 비자발급 내역, 여권 주요 인사 연락처 등은 현지 ‘사교계의 큰손’이라면 확보 가능한 수준의 문서이다. 한국 정치인과 상하이 유력자 면담, 한국 기업 인허가 해결, 제주도-상하이 우호도시 MOU 체결 등 덩씨가 관여했다는 사건들도 당조직 위주로 굼뜨게 움직이고 유독 ‘인맥’을 중시하는 중국의 풍토를 고려하면 ‘고급 브로커’가 끼어들 만한 일이다. 우리 외교가가 ‘대외 실적’과 ‘윗분(및 현지를 방문한 윗분과 친한 분들) 대접’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고려하면 심지어 살짝 이해가 가기도 한다.
답답한 건 이 아저씨들이 당최 일을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연애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앞서 언급한 덩씨 관여 사건들도 응당 외교적으로 경로를 밟아 처리할 일들이다. 논란이 커지자 관련자들은 “업무상 친분” 등 ‘찌질한’ 대응으로 일관한다. 총영사였던 이는 자기 책상에서 정권 주요 인사들 연락처가 샜는데도 누군가가 몰래 촬영한 거라며 ‘도촬 배후’로 국내 정보기관 인사를 지목하는 등 근거도 대지 못하는 주장을 언론 인터뷰에서 했다. 또 덩씨의 국군포로·탈북자 송환 관여 등 탈북문제 비개입을 표방해온 중국에 부담을 주는 언급도 했다. 전혀 ‘외교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행실과 발언이다.
어디든 남녀가 있는 곳에 상열지사가 있겠지만 지위·신분에 따른 거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것도 나랏돈 받는 이들이 말이다(덩씨가 아저씨들을 자연인으로 좋아했겠어요?). ‘사생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에 앞서 ‘공적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 더 문제다. 혹은 사생활을 위해 업무를 이용했거나. 이렇게 쉬운 남자들을 다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