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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돌아오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문석 2011-03-14

트위터를 가까이 하지 않은 지 한달이 다 돼간다. 처음에는 네트워크 환경 문제 때문에 트위터에 접근할 수 없었는데, 관성 탓인지 어영부영 건드리지 않게 됐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차라리 편해졌던 것. 본디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남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나 밥 먹으러 여기에 왔다’ 같은)까지 들여다보는 게 피곤했으니 잘됐다 싶다. 트위터의 속성상 즉각적이고 즉흥적인 글을 자주 쓰게 되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트위터를 통한 이준익 감독의 ‘은퇴 선언’도 애초엔 그런 차원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평양성> 개봉 전 ‘손익분기점 넘기지 못하면 영화계 떠나겠다’고 했을 때 정말 은퇴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한 각오로 영화에 임하겠다는 말 정도로 이해했기에 ‘평양성, 250만에 못 미치는 결과인 170만. 저의 상업영화 은퇴를 축하해주십시오~. ^^;;’라는 내용의 트윗 또한 낙담한 이준익 감독이 즉흥적으로 남긴 글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언론을 거쳐 증폭되면서 이젠 마치 기정사실로 간주되는 듯하다. ‘이준익 감독 은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식의 기사까지 나온 상황이니 마치 언론이 이준익 감독의 등을 떠미는 모양새처럼 보이기까지 한다(물론 ‘상업영화 은퇴’라는 문구가 논란거리이긴 하지만).

<왕의 남자>와 <라디오 스타> 이후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왔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계에서 ‘퇴출’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대신 그가 조급했다는 생각은 든다. 데뷔작인 <키드캅>(1993)을 ‘말아먹은’ 이후 수입사 씨네월드를 운영하면서 절치부심했던 그는 10년 만에 <황산벌>을 내놓으면서 화려하게 컴백했다. <왕의 남자>로 1천만 신화를 이룬 뒤 그는 1년에 한편꼴로 영화를 내놓았는데 그건 마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물론 이준익 감독이 딱 한 시간 만에 스무편 이상의 참신한 영화 기획을 줄줄 늘어놓을 만큼 아이디어 많고 열정이 뜨겁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쉬어가면서 이런저런 자기점검을 했다면 편수는 적더라도 더 알찬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어쨌거나 나는 이준익 감독이 상업영화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은퇴 선언을 번복하기를, ‘남자의 약속’ 따위는 헌신짝처럼 차버리길, 여러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은 훅 덜어내기를 원한다. 대단한 이야기꾼 기질을 되살려서 투박할지언정 진심이 담긴 상업영화를 계속 만들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그의 트위터에 이런 말이 올라오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여러분, 뻔뻔하게도 제가 돌아왔습니다’라는. 그때쯤엔 반가운 소식을 접하러 트위터를 매만질지도 모르겠다.

P.S. 사정상 한동안 쉬었던 씨네산책이 다시 선보인다. 이번호 장률 감독을 시작으로 당분간 한국의 문제적 감독들을 만날 계획이다. 트위터에선 감당할 수 없는, 길고 유장한 인터뷰를 읽는 즐거움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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