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끝나고 다시 조직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는 왜 주말은 이틀밖에 없냐며, 주말이 5일이고 주중이 이틀이었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너도 그러냐. 나도 그렇다.
20년 전 프랑스에서 아이들이 내리 학교에 다니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한주의 중간인 수요일에는 수업이 없거나 단축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어지간한 직장에서는 학부모인 노동자의 수요일 오후 휴무를 당연하게 여겼다. 이를 철저히 지키는 관공서 담당자 때문에 애먹기도 했지만, 말 되는 제도였다. 아이가 쉬면 그 아이를 돌볼 어른도 함께 쉬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우선적인 정책은 성인의 노동시간이 주는 것이다. 그러고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가 버티어내는 그 수많은 노동시간이 다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당장 애 만들 시간도 체력도 여유도 없잖아.
우석훈 아저씨의 새 책 <디버블링>에도 ‘주2일 근무’ 주장이 나온다.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고 완전고용을 할 것을 제시한다. 돈은 물론 적게 번다. 하지만 집값, 교육비, 육아 비용이 덩달아 줄면 사람도 생태도 세상도 명랑해질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나도 돈 벌다 안 벌어봐서 아는데(에헴) 돈 많이 벌면 많이 쓴다. 적게 벌면? 적게 쓴다. 돈 쓰는 데에도 시간이 꽤 많이 잡아먹힌다. 주중에 ‘쎄빠지게’ 일한 맞벌이 부모일수록 강박적인 주말 나들이가 잦다. 백화점, 마트, 놀이공원, 각종 행사….
내 소망은 좀 모자란 듯 가능한 한 안 하면서 살되 오래 사는 것이다. 70대 요가 선생이 될 수만 있다면 이 ‘없는 여유’를 지키고 싶다. 망할 놈의 대학 등록금만 아니라면 불가능한 꿈도 아닐 터이다. 아이 하나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 데 2억6천만원이 든단다. 내가 이래서 ‘아카데미’랑 안 친하다.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 적립금은 7조원 가까이 된다(2009년 결산 기준). 적립금은 말 그대로 대학이 쌓아놓고 있는 돈이다. 그중 건축 적립금이 압도적(46%)이다. 장학 적립금은 한 자릿수(8.6%)에 머문다. 학생에게 쓰겠다는 돈보다 건물에 쓸 돈이 다섯배도 넘는 거다. 이렇게 이득이 남는데도 등록금은 해마다 올린다. 그것도 건물 짓겠다고! 이 와중에 정부는 복리로 따박따박 이자놀이 중이시다. 왜 이슬람 율법과 달리 개신교 율법에는 이자를 금하는 내용이 안 들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