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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초대권, 누구를 위한 장사인가?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1-02-28

영화제작사 23곳 멀티플렉스 체인 상대로 무료 초대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2011년 2월 현재, 내가 모 멀티플렉스 극장을 이용하며 얻은 마일리지 포인트 가운데 잔여포인트는 약 9200점이다. 포인트 점수에 따라 10번의 관람마다 1번씩 부여받는 무료관람의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고 찾아먹었다. 가까운 동네에 있고,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대형마트 혹은 대형마트의 브랜드를 따온 SSM만큼이나 마일리지를 쌓기가 쉬운 곳이다. 쌓기가 쉬운 만큼 쓰기도 쉽다. 매주 한편 이상 개봉작을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이 기회를 즐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지난 2월21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소속 영화제작사 23곳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시네마 등 4개 멀티플렉스 체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제작사 등 이해관계인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무료 초대권을 남발했고, 이에 따라 제작·투자한 영화에 대한 수익금을 정산받을 권리를 침해받았기 때문에 약 3억24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었다. 제작사들이 말하는 무료 초대권에는 극장개점 초대권, 상품권, 그리고 마일리지 포인트로 관람하는 초대권이 포함돼 있다.

소송의 내용에서 “멀티플렉스들이 이해관계인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초대권을 남발했다”고 지적하는 근거는 지난 2008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멀티플렉스들에 내린 시정명령에 있다. 당시 공정위는 “배급사와 사전 합의없이 부금을 지급하지 않는 무료 초대권을 대량 발급한 행위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소송을 제기한 영화제작가협회쪽은 “이후 멀티플렉스가 시정명령을 이행하겠다며 계약서를 들고 왔지만 달라진 게 없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후 배급사와 극장간의 계약을 통해 기존 관행상 약 2.2%에 해당했던 전체 관객 수 대비 무료 초대권 비율을 10%로 늘려 초대권을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공정위의 명령으로나, 상영 프로세스상으로나 계약의 주체는 배급사가 맞다”고 말한다. “제작가협회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극장이 아닌 배급사에 해야 말이 되는 거 아닌가. 소송내용을 봐도 공정위가 문제삼았던 2007년 7월까지의 무료 초대권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정명령 이후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건 제작사들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영화제작가협회는 “대기업 배급사와 멀티플렉스가 한 그룹 안의 계열사에 위치해 있는 현 상황에서 과연 배급사가 극장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단계로는 소송의 대상이 극장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극장과 같은 그룹명을 달고 있는 배급사 그리고 그들을 거느리고 있는 전체 그룹을 향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대권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입장권을 발매하는 모든 문화예술분야에서 통용되는 마케팅이다. 당연히 일정 부분의 출혈을 감수할지라도 그 이상의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하에 진행된다. 멀티플렉스쪽 또한 초대권 발급이 극장과 배급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한명의 관람료로 두명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무료 초대권이 창출하는 유료관객이 있고, 그에 따른 수익증대는 곧 배급사와 제작사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초대권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제작사들이 초대권 발급을 “마일리지 마케팅, 매점 운영수입과 광고수입 증대 등 상영관만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멀티플렉스가 이에 대해 잘 모르면서 매도한다는 식으로 섭섭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초대권의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다소 네이버 지식인스러운 질문이지만, 이번 기회에라도 입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