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민주화 바람은 지구 반대편 반업주부인 내 일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리비아 건설현장에 나가 있는 시이모의 아들이 연락이 안된다고 시이모가 시어머니에게 하소연했고, 그 바람에 밤잠을 설친 시어머니가 체력 저하함에 따라 간만의 서울행(을 겸한 반나절 애 봐주기 계획)을 급변경하는 바람에 봄방학이라 유치원도 안 가고 종일 옆에서 몸을 꼬는 아이에게 씨네리에 실린 현빈 사진을 오리고 놀라는 극단적 처방책을 내놓고 마감 중이다(아이가 골랐다. 나는 문석 편집장 캐리커처와 남기남을 오리라고 했건만, 거부당했다).
“20억원 수출하려고 3조원을 쏟아붓는 것이 말이 되느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말이 안된다. 단지 수출 잘하라고 쏟아부은 돈이라면 말이다. 이분의 ‘돈 멘털리티’는 현 집권세력에는 ‘상식’이자 ‘신앙’이나 너무 적나라해서 민망하다. 한마디로 ‘돈도 못 버는 축산업 따위’라는 것이다. 구제역 늑장 대응의 이유도 설명된다(그 와중에 등장한 “나도 소 키워봐서 아는데…”. 와우. 대통령이 유일하게 안 해본 그 일을 하셨군요). 쏟아부었다는 돈은 구제역 방역·매몰 비용이다. 나라가 영업소가 아니고 대통령이 소장님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2차, 3차 재난을 막기 위한 긴급 비용이자, 축산농가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무엇보다 니 돈도 아니잖아.
구제역 사태로 4만7천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2월 중순 기준이다. 매몰 가축이 늘어나면 고용감소 영향은 더 커진다. 축산업은 물론이고 유통업, 농업, 운송업, 사료업으로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총생산 수치도 떨어진다. 식량 안보나 산업 기반 같은 부가가치를 따지지 않고도 말이다. 수출 몇푼이냐로 대차대조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정작 이 셈법을 냉정히 적용할 곳에서는 돈이 줄줄 새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4대강 현장에서 공사비 부풀리기, 다단계식 하청과 재하청, 임금 지급 유예 등으로 최소 1조8천억원의 예산이 ‘증발’했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계약대로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게 이 정도이다. 국민 세금으로 토건세력 배 채우는 것도 모자라 불법과 비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레저 산업’ 따위에 이렇게 많은 돈이 새는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드는 돈을 그렇게 아까워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