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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서 못준다구요? 확실해요?
강병진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1-03-03

스탭들의 부당대우 사례로 본 문제점… 블록버스터·합작영화도 예외 없어

최고은 작가의 죽음에 대한 보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실제 그녀가 남긴 쪽지와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굶어죽지 않았고 “남는 밥 좀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 점에서 영화계의 열악한 현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계가 그동안 스탭들과 시나리오작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해온 이상, 그녀의 죽음과 영화계의 현실은 연결될 수 밖에 없는 듯 보인다. 그런데 도대체 스탭들의 처우가 어떻기에 이런 결론이 나온 걸까. 한국영화산업노조의 영화인 신문고에 접수된 스탭들의 사연들을 훑어봤다. 다양한 사연들 속에서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돈이 없어서 못 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컸다.

사례1: 시나리오를 썼지만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흥행영화 A가 B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A의 원안을 제공한 이는 시나리오작가 C다. C는 제작사 D와 계약해 A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이후 D사가 내부사정상 제작이 어려워졌고, 이때 또 다른 제작사 E가 D로부터 A의 시나리오를 샀다. 이 과정에서 B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겸한 것처럼 돼버렸고, 원작자인 C는 유령이 되고 말았다. C가 원래 제작사인 D로부터 A에 대한 약 1500만원가량의 각본료를 받았다면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돈은 A가 개봉할 때까지 입금되지 않았다. 회사쪽은 A가 잘돼서 수익이 나면 주겠다는 각서를 썼다. C는 영화가 개봉된 1년 뒤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C는 “시나리오를 써놓고도 크레딧에 원안으로도 이름이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감독들은 자기가 시나리오도 써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살 때, 아예 원안 크레딧까지 사버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알기로 B감독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쓴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모두 원안자가 있는데도, 한번도 이름을 올려준 적이 없다.”

사례2: 투자가 없으면 시나리오 고료도 없다?

-시나리오작가 A도 작업을 완료한 지 4년이 되도록 각본료를 못 받고 있다. 자신의 크레딧이 올라가는 작품도 아니다. 감독이 원작 판권만 사가지고는 A와 또 다른 작가에게 일단 시나리오를 쓰라고 했다. 두 작가는 한 모텔에 약 6개월간 처박혀 시나리오를 썼다. 받아야 할 돈은 작가당 약 800만원. 문제는 두 작가 모두 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보통 아는 형이나 아는 형의 아는 사람이 같이 하자고 하니까 일단 쓰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의 시나리오작가들은 계약서를 쓸 때도 모호한 계약조항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A작가는 말한다. “일반 스탭들의 계약서가 3장 정도면 작가들은 1장 반 정도다.” 출판물 계약서에는 저작권과 인세 등을 어떻게 지급하겠다는 항목 등 여러 가지 계약조건이 있지만 영화 시나리오 계약서에는 결과물에 대한 금액만 적혀 있고, 모든 권리는 갑에게 귀속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업기간을 뚜렷하게 명시하지 않는다. 결과물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없다. 1고 아니면 2고, 3고까지라고 적시해야 하는데, 보통 ‘완고’로 계약서에 적는다. 현실적으로 ‘완고’는 영화 촬영이 끝나야 나오는 게 완고다. 만약 제작사가 투자를 다 받지 못했을 경우 이 계약 때문에 입는 피해는 더 크다. 촬영 전에 완고가 나왔다고 해도, 투자를 받지 못한 이상 각본료를 지급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례3: 블록버스터 영화여도 흥행해야 돈 준다니

-촬영부 A는 어느 블록버스터 영화현장에서 B카메라 퍼스트를 맡았다. 로케이션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진행된 작품이었다. 촬영기간이 예정보다 늘어나면서 A를 비롯한 전 스탭은 제작사와 추가 계약을 맺어야 했다. 제작사 대표는 늘어난 기간만큼의 인건비를 전 스탭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통계약을 했다. 총 1억 몇 천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A의 몫은 400만~500만원 정도다. 크랭크업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제작사 대표는 “흥행이 되면 추가 인건비를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A는 받아야 할 돈을 받는데 왜 흥행이 조건으로 붙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스탭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라 A도 의견을 보태야 했다. 영화가 개봉한 뒤, A는 <씨네21>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영화가 흥행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하지만 여전히 추가기간의 인건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A의 신고를 받은 영화산업노조는 이 영화가 관객 수는 많이 들었지만 아직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상황이라는 걸 확인했다. 어쨌거나 제작사가 A를 비롯한 전 스탭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늘어난 기간 동안 일한 만큼 당연히 스탭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었다. 약 7년차 경력을 갖고 있던 A는 결국 “더러워서 더이상 못하겠다”며 현장을 떠났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영화라고 해서 스탭들의 처우까지 풍족한 건 아니다. 제작비 때문에 스탭들의 인건비는 종종 삭감되거나, 흥행을 조건으로 미뤄지곤 한다.

사례4: 개봉도 임금도 미지수

-연출부 A는 적은 액수의 돈이라도 받을 줄 알았다. 아니, A뿐만 아니라 전 스탭이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B감독이 모 거장 감독의 조연출 출신이라는 점에 왠지 모를 믿음이 간 것도 사실이다. 당시 “모 감독의 오랜 조연출 출신인 B가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드디어 데뷔한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B감독은 스승의 유명세를 최대한 이용했다. 예산은 스승의 영화와 비슷한 10억원 미만의 저예산영화였다. 촬영은 무사히 완료됐지만 영화는 아직 상영관을 잡지 못하고 있다. A를 포함한 전체 스탭의 인건비 역시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다. 특히 보조출연자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이 영화가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은 일 때문에 크게 난리가 났었다.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영화개봉지원작으로 선정됐지만 임금체불 소송이 걸려 있어 현재는 이마저도 취소된 상황이다. 영진위의 지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개봉이 불투명하다. 이 경우에는 배급사가 스탭들의 인건비를 떠안아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저예산영화를 배급할 리는 없을 듯 보인다. 저예산영화에서 A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상업영화에 비해 인맥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는 현재 다른 작품의 연출부로 활동하고 있다. 노조는 그에게 “어떤 이유로도 영화판을 떠나지 말라”고 했다. 일단 받아야 할 돈은 다 받고 떠나라는 얘기였다.

사례5: 감독의 욕설은 기본, 체불도 참아라?

-분장팀장 A는 감독에게 욕설을 들었다. 원래부터 폭언과 폭행으로 유명한 감독이었다. 오죽했으면 전작에서 함께 일했던 스탭들 가운데 이번 영화에 합류한 사람이 촬영감독뿐일까. 조감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어 전작의 연출부원을 사정해서 데려왔다고 들었다. 촬영장에서 그는 스탭들에게 욕을 했고, 때렸고, 심지어 원산폭격을 시키기도 했다. 감독으로부터 욕을, 정확히 여성비하에 가까운 욕을 들었을 때, A는 생각했다. 벌써 이 업계에 들어와 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굳이 이런 상황을 참아가며 영화를 해야 하나. 심한 모멸감을 느낀 A는 이 영화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제작사는 만류했다. A의 팀 대신 들어와서 일하려고 하는 다른 분장팀이 없었던 게 이유였다. A는 다른 팀에 인수인계를 할 때까지는 일하겠다고 했다. 결국 제작사는 처음 영화를 맡게 된 신생 분장팀을 수소문해 데려왔고, A는 인수인계를 한 뒤 다른 영화 현장으로 떠났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A가 인수인계 시점까지 일한 부분에 대한 임금 약 800만원에 대해 제작사가 “영화가 개봉한 뒤 수익정산을 해서 주겠다"고 한 것이다. A는 스크립터, 제작부, 연출부, 프로듀서 등 중간에 바뀐 다른 스탭들은 다 돈을 받았는데, 왜 자신의 임금은 미루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A는 임금지급과 폭언에 대한 사과요청을 영화인 신문고에 접수한 뒤, 조정을 거쳐서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감독의 폭언에 대해 제작사는 전화로만 사과했을 뿐, 공문을 통해 적시하지 않았다. A는 다시는 그 회사를 향해 침도 뱉지 않을 생각이다.

사례6: 할리우드 자본의 허상

-할리우드 자본이 들어간 영화라고 해서 제작 과정까지 투명한 건 아니다. 미국과 한국이 공동제작으로 참여해 한국에서 로케이션했던 해외 합작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스탭 전원이 영화사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국 스탭 전원의 인건비가 체불됐기 때문이다. 사건을 접수한 영화산업노조는 공동제작으로 참여한 해외영화사에 ‘한국쪽 스탭의 피해사례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면서 ‘그쪽 스탭도 당할 우려가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고 일러줬다. 알고보니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할리우드 배우도 개런티를 받지 못해 소송을 건 상태였다. 한국 스탭들은 약 8개월에 걸친 소송 끝에 판사의 중재로 인건비를 받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연출부와 제작부의 인건비만이었고, 이들을 제외한 기술 스탭은 현재도 소송 중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스탭들의 노동 조건과 환경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할리우드 자본 아래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 가능했을까. 영화사는 엄격한 노동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 법인을 둔 회사와 제작을 진행했다고 한다. 해외합작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믿지 말자. 따져볼 건 다 따져봐야 한다.

사례7: 실장만 계약서 쓰는 “통계약의 병폐”

-한때 소품실장 A의 팀원이었던 B가 못 받은 돈은 약 120만원이다. 제작사가 돈을 안 줘서 못 받은 게 아니다. 제작사로부터 돈을 받은 A실장이 팀원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은 채 다른 현장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좀 유명한 영화는 다 소품을 맡고 있는 것 같다. 알고 봤더니 A실장에게 당한 사람은 B만이 아니었다. 팀원들 돈을 떼먹기로 원래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다. 방법도 기가 차다. 일단 A실장은 제작사와 계약을 할 때, 다른 소품회사의 이름을 사칭해서 계약을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계약서에 명시된 소품회사는 책임이 없고, 자신은 법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는 새로운 작품에 참여할 때마다 새로운 팀원을 모집했다. 또 휴대폰 번호를 바꾸었다. “이런 식으로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수많은 스탭들의 돈을 다 떼어먹었던 거예요.” 만약 A실장이 제작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면 B도 이해했을 것이다. 또 A실장 또한 B를 버리지 않고, 일단 다음 작품까지 같이 하자고 했을 것이다. B는 자신의 사건이 “통계약의 병폐”라고 말했다. 스탭들마다 개별계약을 하지 않고 팀장과만 계약하는 경우, 돈을 떼어먹기가 수월한 것이다. B는 A실장이 최근 또 다른 영화의 소품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례8: 아무리 큰 회사여도 소용없더라

-촬영 중이던 작품이 어느 날 제작 중단됐다. 조감독인 A는 다시 촬영이 재개될까 궁금했다. 제작사 대표는 스탭들에게 곧 다시 제작에 들어갈 거라며 스탭들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B는 대표의 말이 의심스러웠다. 이미 촬영 중이던 배우들까지 이 영화에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였다. 역시 제때 돈을 주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A를 비롯한 많은 스탭들은 제작이 다시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결국 처음 계약서에 명시했던 제작 기간이 지나갔다. 당연히 잔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제작사 대표는 발뺌했다. “내가 언제 기다리라고 했냐.” A는 어이가 없었다. 만약 제작사 대표가 촬영이 어렵겠다고 미리 말을 하고, 계약을 중간에서 해지했다면 B는 이미 다른 영화의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다. 약 1년이 지난 지금도 잔금을 받지 못했다. 소송을 걸 생각도 있었다. 걸면 100% 이길 소송이다. 하지만 제작사에 돈이 없는 이상, 변호사 수임료만 나갈 뿐 소송의 가치가 없는 게 문제다. 제작사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아도 몇 개월 실형을 살고 나오면 그만일 거다. 결국 A의 잔금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미술팀원인 B 또한 A와 비슷한 이유로 임금체불을 겪고 있다. 전쟁영화 기획이 한창 많아지던 시기였다. B도 어느 전쟁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의 제작사는 어느 단체로부터 투자를 약속받고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하지만 그 단체는 결국 투자를 유치시키지 못했고, 설상가상 사기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미 그때는 B를 비롯한 많은 스탭들이 이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을 완료했던 때였다. 결국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까지 미술팀과 소품팀이 받아야 할 돈만 약 2억원이다. 제작사도 그 단체로부터 사기를 당한 셈이기는 하지만, 눈먼 돈에 혹해 유령 프로젝트를 덥석 물었던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제작사 대표가 “이 영화는 회사 돈을 투자해서라도 만들고 말겠다”라며 스탭들에게 기다리라고 하지만 않았으면 어땠을까. B는 “돈이 없는 회사라면 모르겠는데, 나름 몇 십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회사가 돈을 안 주는 게 말이 되냐”고 항변했다.

사례9: 특수효과 전문가… 실력은 최고, 대우는 최저

-A는 실력과 경력을 인정받는 특수효과 스텝이다. 하지만 대우는 최저로 받았다. 그가 속한 특수효과팀의 감독 B는 6, 7작품을 함께하는 동안 A에게 단 한푼의 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A는 그 흔한 생명보험조차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임금체불이 2, 3년 동안 계속되자 A는 팀원들과 함께 팀의 감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결 결과는 이렇다. 감독이 소유하고 있는, 그러나 어디 내놓아도 몇 십만원밖에 안되는 특수효과장비를 팀원들에게 넘길 것. 그동안 체불된 팀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할 것. 감독은 법원의 판결대로 장비를 넘겼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팀원들이 장비를 놀리고 있는 걸 간파한 B감독이 무상으로 장비를 빌려 다른 작품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왜 대여료를 지불하지 않고 장비를 쓰냐는 팀원들의 반발에 B감독은 어떤 작품도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지만, A와 팀원들은 한 드라마에서 그 감독의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팀원들의 월급은 합법적으로 떼이는 상황이 돼버렸다.

사례10: 있지도 않은 보험료 강탈 사기

-알면서도 당했다. 보조출연자 A는 한 엑스트라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있었다. 여러 작품에서 보조출연으로 활동했지만, A가 매니지먼트사 대표 B로부터 받은 인건비는 한푼도 없었다. B가 제작사와 통으로 보조출연자 계약을 맺은 뒤 소속 배우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B는 보조출연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도 벌였다. B는 “일본에서 로케이션하는 전쟁 블록버스터에 출연하기로 했다”면서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20만원의 보험료가 필요하다”며 A를 비롯한 보조출연자들에게 돈을 요구했다. B의 말이 의심이 가긴 했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해당 영화감독이 전작에서 비슷한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A는 보험료를 냈다. 하지만 B는 그 돈을 가지고 자취를 감췄다. 알고보니 B는 그런 방식으로 서너개의 회사를 도산에 빠뜨린 자였다. A는 아직까지 체불인건비 12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후 경찰에 붙잡힌 B는 6개월 실형을 살고 나온 뒤에도 영화계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사기를 치고 있다.

사례11: 돈이 있는데도 안 준다니

-홍보마케터 A는 잠시 쉬고 있던 중에 예전에 일했던 홍보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홍보사 대표는 이번 영화만 하고 회사를 접을 생각이라며, 잠시만 도와줄 수 있냐고 했다. A는 노느니 일하자는 생각으로 합류했고, 한달 뒤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약 4개월 동안은 월급을 받지 못했다. 대표는 지금 당장 돈이 없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돈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영화사는 고맙게도 직원들 월급을 주라며 잔금을 미리 준 상태였다. A는 대표에게 따져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돈이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니 기다려라”라는 거였다. 그래도 경력이 있는 A는 대표와 싸운 끝에 밀린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알고보니 먼저 일하고 있던 막내급 직원들은 이전부터 월급을 받지 못했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드디어 일하기로 한 마지막 달만 남았을 때, A는 마지막 월급을 선금으로 주거나 계약금과 잔금으로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대표는 “마지막 달 월급을 마지막 달에 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고, A는 “이전 월급도 다 미뤄서 주었으니, 못 믿겠다”고 받아쳤다. 결국 홍보사 대표와 A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마지막 달 월급의 지급시한을 적고, 이날 지급하지 않으면 하루당 연체이자가 붙는 조항을 넣었다. A는 “만약 그 돈을 지금 다 받을 수 있으면 정말 큰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홍보사 대표는 “미안하다”는 말을 메일로 남기고 휴대폰 번호도 바꾼 채 잠적했다. A는 “운이 나빠서 돈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 일했던 또 다른 홍보사의 대표는 직원들이 쓴 진행비를 결제해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역시 그도 영화사에 진행비 영수증을 올려서 돈을 다 받았는데도 직원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던 경우였다. A를 비롯해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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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