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은 가장 모욕적인 말은 농민들이 보상금 받으려고 방역에 협조 안 해줘 구제역이 퍼졌다는 식으로 말한 기획재정부 장관의 망언이다. 이 소리를 듣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발끈했다는 소식이 없는 것도 안타깝고(하긴 남편이 가사노동을 ‘도와줘’야 한다던 여성부 장관도 있었고 노동자 잡던 노동부 장관도 있었으니), 3월이면 구제역이 종식될 것이고 침출수는 땅이 자연정화해줄 것이라는 한나라당 구제역 특위 위원장의 낙관도 어이없다(이분 전 농식품부 장관이셨다. 미국 소를 유독 사랑하셨던 바로 그분!). 올 연말께 되어야 구제역 추가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농식품부 장관의 말이 무색하다. 이 특위 위원장은 다음날에는 한술 더 떠 “구제역 침출수로 유기 퇴비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이런 엇박자는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매몰지 곳곳에서 퍽퍽 소리와 함께 돼지 사체가 튀어나오는 비현실적인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생매장의 결과이다. 한파가 꺾이면서 부패한 가스와 부푼 몸뚱이가 흙더미 위로 치솟는 것이다. 대체 어떤 꼴을 더 봐야 하나. 이젠 진짜 안 보고 싶다. 문득 청와대의 그분이 화들짝 반색하며 나서는 환영에 시달린다. 소·돼지가 비명횡사하건 농민들이 넋놓고 주저앉건 공중파를 통해 주야장천 해적소탕 안보실력을 자랑하시던, 안보 리로 불리길 원하시던, 그분.
박근혜 언니를 빼고는 대선 주자들이 안 보인다는 소리가 많다. 지난 대선의 내키지 않던 투표를 떠올리니, 다시 마음이 답답하다. 여당당의 김영희 대표 같은 분이 홀연히 나타나 온 국민을 아니, 국민의 절반을 긴장시키지 않는 다음에야…. 정말 바꿀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닌 ‘생물·심리·사회적 안녕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그런 점에서 지난호 씨네리의 현빈 브로마이드는 독자들의 건강에 대단히 일조했다). 최근 <한겨레21>이 표지기사로 다뤘듯이 통계분석적으로 볼 때 ‘평등해야 부자도 오래 산다’(‘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과 가정교육에 심각한 격변이 예상된다). 혼자만 잘살면서 장수하고 행복할 수 없게 만들어진 동물이 인간이다.
여기서 궁금증. 대체 무바라크는 무슨 수로 그 연세에 그 만행에 그렇게 기름기 좔좔 흐를까(심지어 머리숱도 많아요). 이집트 격변을 보면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