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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심은하 2011-02-17

뮤지컬 <미션>

2월26일까지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출연 클라라 가란테, 다니엘레 가티, 다비드 가랄렐로 등 / 1688-9721

“안 보면 후회하겠지?” 원작 영화를 좋아하거나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거장을 안다면 말이다. 맞다. 그래서 이 작품을 거부하기 힘들다. 그러나 보는 순간 의문이 든다. 이 작품은 뮤지컬인가?

영화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음악과 영화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이 공연 예술로 새롭게 태어났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엔니오 모리코네의 명곡 <가브리엘 오보에>의 선율은 해를 더할수록 선명해진다. <넬라 판타지아>로 다시금 환기도 되었고. 영화 <미션>을 기억하는 이들은 웅장한 자연의 품에서 함께 호흡하는 서정적인 음악으로 영화를 떠올린다. 또한 영화의 웅장한 자연 풍광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 인간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며 구원을 찾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고로 뮤지컬 <미션>은 공연으로 올려지는 순간부터 핸디캡을 가진 셈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뮤지컬 <미션>은 그 태생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우선 뮤지컬 무대는 조잡스럽기 그지없다. 시작인 카를로타 장면부터 막으로 주변을 가리면서도 실상 막과 세트 사이로 뒷배경이 훤히 다 보인다. 침대가 빠지는 장면은 너무 느리고, 무대 전환은 덜컹거린다. 특히 폭포는 왜 저렇게 물이 흐를 수밖에 없는지 의구심이 든다. 모든 것이 제작비 120억원에 못미치는 규모다.

큰 이야기는 영화를 따라가지만 부분적인 각색은 뒷걸음질이다. 도입부, 선교사가 십자가를 메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영화의 명장면의 경우, 뮤지컬에서는 원주민이 칼로 신부의 목을 그어버린다. 백인의 삐뚤어진 시선이 뮤지컬에서는 더욱 불편해졌다.

그렇다면 엔니오 모리코네의 <미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음악은 어떤가. <가브리엘 오보에> <On Earth as It Is in Heaven> 정도에서만 느껴질 뿐, 뮤지컬은 거장의 숨결이 상당수 사라졌다. 알고보니 몇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들인 안드레아 모리코네의 음악이란다. 일반 뮤지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넘버는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음악극에 가깝다. 또한 오케스트라 라이브 대신 MR 녹음을 선택했다. 당연하게도 객석은 지루함에 빠진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월드투어의 첫 공연이다. 전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최소한 포스터에 크게 박혀 있는 거장의 명성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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