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커스 Takers (2010)
감독 존 뤼센합 상영시간 107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 출시사 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2010년 여름의 끝 무렵, 같은 장르에 출발점을 둔 두편의 영화 <테이커스>와 <타운>이 미국에서 나란히 선보였다. 애초엔 <테이커스>가 열세에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스타배우가 감독을 맡은, 그리고 평단의 호평을 들은 <타운>에 비해 <테이커스>는 고만고만한 액션배우들과 무명의 감독이 웅성대는 영화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갱스터 무비의 하위 장르인 ‘강탈영화’에 속하는 두 작품은 각각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했으며 종래엔 둘 다 근사한 흥행성적까지 거두었다. <타운>이 장르의 정공법을 따르고 드라마에 치중한 반면, <테이커스>는 B급 액션영화에 솔직하기로 했다. 가볍고 다소 엉성할지 모르지만 킬링타임용으로 그만인, <테이커스>는 그런 영화다. <타운>이 조금 늦게 한국 극장가를 찾은 지금, <테이커스>는 개봉 대신 DVD 출시로 운명지어졌다. 한국에선 엇갈린 길을 가게 된 셈이다.
대략 8명의 주인공을 둔 <테이커스>는 한 인물과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이곳저곳을 사뿐사뿐 옮겨 다닌다. 흑인 셋, 백인 둘로 구성된 갱단은 주로 현금을 강탈하는데, 훔친 돈을 전문 투자가에게 맡기는 한편 상류층의 생활을 즐긴다. 먹고 입고 노는 걸 모두 고급으로 유지하는 그들은 도무지 은행털이범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갱단의 전 멤버였다 갓 출소한 ‘고스트’가 나타나 현금수송차량을 털 계획을 늘어놓는다. 멤버들은 그를 의심하면서도 거액을 탐해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 여기에 책임감 넘치는 두 형사가 투입돼 사건을 파헤친다. 기본적으로 강탈영화인 만큼 <테이커스>가 전개과정에서 공식을 벗어나는 일은 드물다. 악당들은 왠지 꺼림칙한 일에 도전하고, 클라이맥스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며, 누군가의 배신으로 인해 비극으로 연결된다.
<테이커스>의 문제는 인물에게 감정이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악당들은 제목 그대로 ‘테이커’로서 주어진 걸 놓치지 않으려는 단순한 인물일 따름이고, 기계적으로 악당을 뒤쫓는 형사에게도 매력이 없기는 매 한가지다. 영화는 악당과 형사의 곤란한 사정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걸 빼먹지 않지만 그러한 배경은 인물을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채우는 재료로 숙성하지 못한다. 게다가 정작 인물의 관계와 개인사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모자란 탓에 낭만주의적 감성이 줄줄 흐르는 후반부조차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다시 말하지만 긴장과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장르의 고전을 기대하면 곤란한 영화다. 필연적 실패, 비극적 결말, 어리석은 인물이 함께 어우러져 빚는 슬픔의 경지 같은 건 <테이커스>에 없다.
<테이커스>는 상영시간의 많은 부분을 액션에 할애한다. 비록 아름다운 안무가 깃든 몸동작은 없다 할지라도 다양한 액션으로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시각적으로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들과 총탄과 폭발과 굉음과 음악은 빈약한 주제를 보완이라도 하려는 양 영화의 전면에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우삼의 트레이드 마크를 흉내낸 몇몇 장면에서 실소가 나올 법하지만 겉멋에 충실한 남자들의 태연자약한 표정을 보는 건 괴상한 경험이다. “<테이커스>는 장르의 재미와 인물의 드라마를 액션의 볼거리로 대체한 할리우드영화의 한 전형이다”라고 말하기란 쉽다. 그러나 남자의 비장한 연대 따위를 비웃는, 자신이 극 안팎으로 소모품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가벼운 존재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주변이 그런 자들로 가득한데 영화라고 별수 있으랴. DVD는 감독과 제작자의 음성해설(한글자막이 지원된다), 음악 홍보영상(5분)을 부록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