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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관] 스키니 사오정의 살 빠지는 연기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1-02-09

<서유기 리턴즈>의 한민관

한민관(30)은 “<서유기 리턴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가 형편없다는 말이 아니다. 개그맨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크게 의미를 둘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개그맨은 달리 말하면 희극배우다. 서 있는 자리가 무대냐, 예능이냐, 스크린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럼에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를 비롯해 몇몇 드라마에서 간간이 카메오로 출연한 것에 비하면 <서유기 리턴즈>는 상당한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사오정으로, 손오공(김병만), 저팔계(류담)와 함께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 세력을 물리치는 게 극중 임무다. “개그맨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개그맨, 아니 희극배우 한민관과 여의도 방송사 근처에서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유기 리턴즈>는 봤나. 어땠나. =편집본만 봤다.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사오정이 부메랑 날리고, 악당한테 맞고 멀리 날아가고, 발차기하는 모습이 되게 웃기더라.

-같은 소속사라는 이유로 김병만, 류담와 함께 출연했다고 들었다. =캐스팅하는 데 몇분 안 걸렸다더라. 손오공에 김병만, 저팔계에 류담, 사오정에 한민관, 끝. 더이상의 캐스팅은 없었다.

-김병만의 소속사(BM ENTER PLAN)에 어떻게 들어갔나. =2007년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출연할 때다.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짜고, 연습하고, 녹화해서 한달에 70만원밖에 못 벌었다. 빚도 좀 있었다. (김)병만이 형이 ‘힘들면 자기 밑에 들어오라’고 하더라. 빚도 대신 청산해주고. (앞으로 김병만과 계속 함께해야 할 것 같다.) 아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병만이 형은 ‘언제든지 너를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서유기 리턴즈>는 ‘김병만 종합선물세트’ 같더라. =그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 (연예)대상 후보(김병만)와 후보조차 오르지 못한 사람(류담, 한민관)은 대우가 다르다. 기사에 꼭 들어가야 한다. (웃음)

-극중 유일한 여성인 삼장법사와의 로맨스는 김병만이 아닌 류담이나 한민관이 해야 했던 게 아닌가. =그러게. 김병만이 혼자 다 해먹어. (웃음) 류담씨가 했다면 수많은 아이들이 반대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하면 우스운 상황이 될 것 같다. 개그맨들이 영화를 찍으면 우스워지려고 하잖아. 우리는 다르게 생각했다. ‘개그맨이지만 정극처럼 진지하게 연기하자’고. 달인이나 뼈다귀즘 등 <개콘>에서 하는 연기들을 일부러 뺀 것도 그래서다.

-원래 사오정은 귀가 잘 안 들리는 캐릭터인데, 이 영화 속 사오정은 잘 듣더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오정과 똑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 <서유기 리턴즈>의 사오정은 힘이 약한 캐릭터다. 악당에게 한대 맞으면 멀리 날아가고, 싸울 때 도망가고. 처음부터 그런 설정은 아니었다. 영화 촬영 전 KBS 버라이어티쇼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야구하다가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다친 채로 <서유기 리턴즈>의 현장에 갔다. 부상 때문에 액션 연기가 불가능해지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한대 맞고 날아가자’는 설정으로 수정했다.

-원래 꿈이 배우였다고. =어릴 때 ‘동네 껄렁이’였다. 동네 아줌마들 수다떠는 데 가서 패션쇼하고 그랬다. (웃음) 작은누나 꿈이 연예인이었다. 위로 누나가 둘이고, 내가 막내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누나가 광주 충장로에 있는 한 연극 극단에 오디션을 보러 갈 때 따라갔다. 대기번호 1번으로 오디션을 봤다. 누나는 떨어지고 나는 붙고. 중·고등학생 때 <파우스트> <출세기> 등 연극 공연을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 두어달 연습한 뒤 구청 회관, 시청 강당에서 3일 공연하는 식이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당대 최고의 드라마였던 SBS <모래시계>에도 아역으로 출연했다. 학교에서는 ‘연기할 아이’라고 많이 배려해줬다. 덕분에 무대에 대한 공포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어릴 때 좋아했던 배우는 누구였나. =(임)창정이 형. 코미디 연기의 대가다. <비트>(1997)에서 환규 역으로 출연했을 때 껄렁껄렁하면서도 웃기는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저 사람처럼 코미디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결국 만났다. 첫 방송 때 전화번호 물어봐서 매일 연락드렸다. 친해지고 싶어서…. (웃음) 언젠가 임창정이라는 배우와 함께 연기하고 싶다.

-<서유기 리턴즈>에 출연했겠다, 이참에 배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도전한다고 되나. 섭외가 와야지. 내가 현빈도 아니고. (웃음) 일단 기회가 오면 그때 가서 최선을 다해야지. 관객이 그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면 계속 하고, 아니면 하던 거나 잘해야지.

-<개콘>에서 노는 한민관도 보고 싶다. 잠깐 그만둔 이유는 뭔가. =스케줄이 안 맞았다. 억지로 할 수는 있겠지만, 동료들이 피해를 본다. 그럴 바에는 일단 <개콘>에 빠지고, 예능을 익혀야지. 아직 예능은 걸음마라…. 스스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개콘>에 복귀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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