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시나리오작가를 잘 대우해줘

한국 상업영화의 미래가 궁금해?

<부당거래>

5년 혹은 10년 전만 해도 한국영화산업을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세 부문으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혹은 완전히 나뉜 것은 아닐지라도 세개의 서로 다른 영화제작 시스템이 존재한다.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 부문, 주류 상업영화 부문과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처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수 감독들, 이 세 부문은 현실적으로 볼 때 서로 다른 환경과 규칙 아래서 돌아간다. 사람들이 한국영화의 미래가 긍정적인가에 대해 물을 때 나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나누어 대답한다. 첫째, 나는 유명한 작가 감독들의 미래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둘째, 비록 제작 환경은 어렵지만 우리는 매년 새롭고 흥미로운 저예산 독립 장편영화들을 계속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주류 상업영화 부문은 심히 우려스럽다.

어쩌면 나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헬로우 고스트>를 300만명 넘는 관객이 보았으니, 관객은 아직 평범한 상업영화를 외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영화산업은 창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영화들을 보면 새로운 시도보다는 과거의 상업적 성공을 반복하는 데 연연하고 있다. 모든 영화가 독창적이거나 참신할 필요는 없지만 주류 한국영화들이 어떤 새로운 놀라움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최근 한국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너무 허술하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연기도 좋지만 시나리오가 나쁘다.

1990년대에는 한국의 영화 제작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주류 상업영화가 최고의 잠재적 수준에 못 미치게 만들어지곤 했다. 그때 이후, 제작시스템은 놀랄 만큼 발전했고 그 결과는 스크린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여전히 낙후된 분야가 있으니, 바로 시나리오작가군이다. 감독과 촬영기사의 보수는 올라갔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10년 전과 비슷한 보수를 받는다. 요새는 촬영기사가 보통 시나리오작가의 3~4배에 이르는 보수를 받는다. 좋은 시나리오가 없으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데도 말이다. 교육 차원에서 보면 한국에는 60여개 대학에 영화 다이렉팅을 가르치는 학위 코스가 있지만 시나리오작가가 되고 싶으면 학원에 가야 한다. 미국에는 할리우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학교들을 포함해 수백개의 대학에 시나리오작가 석사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은 별로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이 한국 영화계의 약점이며 따라서 재능있는 작가들이 더 많은 보수와 인정을 해주는 TV드라마 부문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한국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상황에서(그것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렵다. 한국에는 미국처럼 강력한 작가노조가 없다.

내가 보기에 주류 한국영화의 미래는 시나리오작가들에 달려 있다. <의형제>나 <부당거래>에서 보듯 잘 쓰여진 독창적 시나리오가 재능있는 감독, 스탭, 출연진과 만날 때 상업적으로도 성공적인 좋은 영화가 나온다. 시나리오작가들이 인정을 받고 그들이 영화에 기여한 만큼의 보수를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제작자라면 이처럼 뛰어난 시나리오작가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겠지만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영화계의 내막을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한국 상업영화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시나리오작가를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지켜보라고 말하고 싶다.

관련영화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