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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촬영 직전 리오넬의 일기장이 발견됐다, 운명처럼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과 콜린 퍼스를 만나다

지난 1월20일 오후 6시, 런던에 위치한 예술영화 전용관 클라팜 픽처 하우스를 비롯한 영국 전역의 62개 예술영화 전용 극장들에서는 영국 감독 톰 후퍼가 연출하고, 콜린 퍼스헬레나 본햄 카터가 주연한 영화 <킹스 스피치>를 동시에 상영했다. 영국 왕 조지 6세가 연설 공포증을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영국에서는 이미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영국아카데미시상식(BAFTA)에서는 무려 14개 부문에, 오스카에서는 남우주연상과 최우수작품상 등 1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클라팜 픽처 하우스를 찾은 관객은 영화 상영 전부터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킹스 스피치>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대부분이 영화를 이미 관람한 이들로,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열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극장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주연배우 콜린 퍼스와 헬레나 본햄 카터, 클레어 블룸과 감독 톰 후퍼가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는 같은 날 동시에 영화 상영을 시작한 다른 62개 극장의 스크린 및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콜린 퍼스와 톰 후퍼에 집중된 이날의 ‘관객과 대화’를 일부 소개한다.

-역사 속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나. =(톰 후퍼) 만약 이번 작품을 성공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는 우리가 자료 조사에 큰 공을 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킹스 스피치>는 조지 6세와 그가 겪은 말더듬증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조지 6세와 그의 언어치료사 리오넬 로그와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책에서 리오넬 로그는 주석에나 겨우 등장하는 인물인데, 그와 조지 6세와의 관계를 그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톰 후퍼) 정말 놀라운 일은 우리가 영화를 찍기 9주 전에 리오넬이 손으로 직접 쓴 일기장이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그와 조지 6세와의 일화들이 모두 이 일기장에 있었다. 정말이지 그때는 이 영화를 우리가 찍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나. =(콜린 퍼스) 이 역할은 지금 여왕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으니, 연기의 폭이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사실에 기반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로열 패밀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어서, 수집된 사실들을 토대로 재창조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말을 더듬는 사람들이 내가 맡은 역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 만약 내가 그들을 그릇된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그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무엇이 당신을 매료시켰나. =(콜린 퍼스)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증을 가진 한 남자가 대중 앞에서 우아한 연설을 해내는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언어치료사와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관계를 마치 남녀 관계처럼 섬세하게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본은 원래 30여년 전에 쓰였지만 퀸 마더(조지 6세의 아내이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어머니)가 본인 생전에 영화화되는 것을 반대하여 그동안 영화화되지 못했다고. =(톰 후퍼) 퀸 마더에 대한 존경심은, 30년이면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웃음) 퀸 마더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8년여가 흘렀고, 작가 데이비드 세이들러도 이제 70대가 되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이번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을 지금의 여왕에게 따로 알려드리기는 했다.

-조지 6세가 리오넬 로그를 믿게 된 전환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콜린 퍼스) 갑자기 믿게 되는 어떤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음은 이 믿음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믿을 수가 없어서 늘 의심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의지하게 되는 것, 그것이 이 영화에서 조지와 리오넬의 관계인 것 같다.

-조지 6세가 히틀러의 연설장면이 나오는 뉴스를 보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연설은 참 잘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다소 민감한 듯 보이지만, 히틀러를 미화하고 있다고 보일 수 있는데. =(톰 후퍼) 이 부분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이 대사는 콜린이 직접 넣은 것이다. (웃음) =(콜린 퍼스) 지금 내게로 모든 책임이 넘어온 것인가. (웃음) 나는 이 장면에서 관객이 어떤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지 6세는 왕이 되고 싶지도, 권력을 손에 쥐고 싶지도,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지도 않은 남자였다. 히틀러와는 대조되는. 다만, 그는 연설을 조금 더 잘하고 싶었던 남자다. 조지에게 히틀러의 연설은 의미가 없지만, 대중을 압도하는 연설법은 부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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