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숏쇼츠단편영화제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김지자씨. 그는 재일동포 3세다. 초·중·고등학교는 “북한 학교”(조선 학교)를 다녔고, 학교를 졸업한 뒤엔 “여느 일본인과 다를 바 없이 살았다”. 국적은 한국. 김지자씨가 한국어와 일본어에 능숙한 이유다.
국적 얘기보다 흥미로운 건 김지자씨의 다채로운 이력이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어 통·번역을 하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풀 하우스> <포도밭 그 사나이> 등 일본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의 번역을 맡았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케이팝(K-POP)을 다룬 한류 잡지의 기자로 일했고, 일본 <NHK> 라디오방송에서 3년간 케이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체리필터의 매니저 경력도 눈에 띈다. “통역으로 입사했지만 매니저 일을 겸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매니저 일은 죽을 맛이었다.” 그러다 숏쇼츠단편영화제의 직원 채용 공고를 접했고, 2010년부터 숏쇼츠단편영화제의 일원이 됐다. 그는 한·일관광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둘 다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홍보도 하고, 제작진행사항도 체크하고, 캐스팅에도 참여한다. 이건 시다바리?”
이번 한국 방문은 단편영화 <슈퍼스타>의 촬영 때문에 이루어졌다. 숏쇼츠단편영화제&아시아(SSFF&ASIA)는 한·일관광진흥을 목적으로, 한·일 두 나라를 배경으로 한 2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하기와라 겐타로 감독의 <슈퍼스타>가 1월 중 한국에서, 박상준 감독의 <스마일 버스>가 2월 중 일본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그는 프로듀서로, 통역으로, 홍보로 1인다역이라 바쁘다. 김지자씨의 최종 목표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 “<스타워즈>를 좋아하지만 <쏘우> 같은 영화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그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