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관계에서 뒷담화는 허다하지만 내놓고 앞담화를 하는 경우는 딱 둘이다. 듣는 이가 바보이거나 말하는 이가 바보일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북한이 스스로 붕괴를 자초하는 일만 골라서 한다면 스스로 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부 보고 때 한 말이다. “무력을 사용할 줄 알아야 안보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소말리아 해적 진압에 지나치게 고무된 모양인데, 해적 8명을 죽이고 우리 선장도 보복성 총상을 입은 게 어떻게 ‘완벽한 작전 수행’이 되나. 게다가 계속 억류돼 있는 금미호는 어쩌라고. 이건 할리우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일과 그 지도층에 의존하는, 쌀·비료 갖다주고 사는 평화는 뇌물 갖다주는 것을 중단하는 순간에 깨진다”면서 대북 강경책을 고수할 뜻을 다시 확인했다.
진짜 오바마와 후진타오가 시켜서 대화하는 척한 게 아닌 다음에야, 남북 당국자간 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이때에 ‘무력=안보’, ‘쌀·비료 지원=뇌물’이라는 말이 어떻게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지는 이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역시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시는 분들이다. 대체 누가 더 바보일까.
피랍 선원 구출 작전 중에는 “현지 부대가 판단해서 진행하고 청와대는 보고만 받는다”고 혹시 모를 실패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던 청와대는 구출 완료 뒤에는 태도가 180도 바뀌어 “대통령이 며칠간 고심한 끝에 작전을 명령했다”고 대통령의 결단을 부각했다. 군은 군사기밀 유출도 무릅쓰고 자세한 작전 기법을 시간대별 시뮬레이션과 사진, 영상을 통해 연일 알렸다. 아무리 잘한 일이라도 이렇게나 자화자찬을 반복하면 토 나온다. 누굴 바보로 아니?
설에 이어 입춘도 지났다. 이번 겨울은 유독 추웠고, 봄까지 이어질 기세라고 한다. 4온 없는 3한, 아니 혹한의 위력은 관리비 고지서에서도 확인된다. 2월이라는 쉼표 같은 계절은 언제부턴가 봄을 준비하기에는 여전히 춥고 겨울을 마무리하기에는 녹다 만 눈처럼 질척댄다. 하지만 언 땅 깊숙이 봄의 기운이 기지개를 펴듯이, 우리 몸도 채비를 갖춘다. 각종 신진대사가 활발해 체중관리, 체력관리는 입춘부터가 적기라잖아. 자자자, 명절에 특히 많이 드신 분들 좀 덜어냅시다.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가벼워진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