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참 잘 컸다, 싶은 아이는 있지만, 그분 참 잘 늙었다, 싶은 노인은 찾기가 어렵다. 생각 자체가 불경스러워서일까, 아니면 어느 나이 이상 된 사람에게는 더이상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가끔 힘주어 가르치려 들지 않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 박범신, 황현산 아저씨 같은 분들의 글을 보면 이런 느낌을 갖는다. 아, 잘 늙어가는 게 이런 거구나. 물론 글과 인격이 꼭 같지는 않겠지만, 그분들의 글에서는 향기가 난다. 그녀의 액션에서 라벤더 향이 나는 것처럼(아직도 <시크릿 가든>에서 못 헤어나오고 있음).
여러 분야 중에서 특히 잘 늙은 분을 찾기 힘든 곳이 정치권이다. 은퇴 시기도, 이유도 일반 사회와는 현격히 다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골프 치느라 바빠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는 뭐랄까,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정도의 품위는 지녔다고 본다.
인생도 정치도 얼굴에 그대로 담긴다. 오랜만에 본 정치인 얼굴이 탁해진 듯하면, 국사에 바빠 피곤한가 싶기보다는, 왜 저렇게 욕심내며 늙어가나 싶다. 한 정치인이 벼락을 맞아 죽었는데, 옥황상제가 넌 왜 죽는 순간에도 웃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정치인 답하길 “벼락이 카메라 플래시인 줄 알았다”란다. 낯 많이 내고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고 우르르 사람 끌고 회동하는 걸 정치로, 정치력으로 여기는 ‘특별한 임무’를 지닌 분들 꽤 있다.
아무리 그렇대도 뭔 ‘개헌 전위대’? 정직하게 돈 벌 생각 안 하고, 하다못해 상장조건 갖추고 시장경쟁하기는커녕, 틈만 나면 우회상장을 통한 시세차익만 노리는 세력은 그저 ‘작전 세력’일 뿐이다. 거기에 어떤 공공성이 있는가. 혹자는 딱히 특별히 할 일(특임)이 없기 때문이라지만, 제발 지금 헌법이나 좀 지키세요. 나랏돈 받으면 나랏일 하란 말입니다.
근래에 본 최고의 우회상장은 ‘국군장병을 위한 발열조끼 성금’ 모금이다. KBS 화면 왼쪽 위에 얌전히 상장돼 있었다. 와우, 끝내주는 발상이다. 장병 피복값도 국민 성금으로 우회하다니. 발열양말은 왜 빼먹었나 모르겠다. 참, 화면 오른쪽이 영 허전하다. 전면급식 성금 ARS 안내도 달아주면 안될까. 부자니 무상이니 의무니 개념도 혼란스러운데, 이참에 재원 마련과 함께 용어도 정리해주길 국민 대통합을 이끄는 국민의 방송에 간곡히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