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2010년 전체 상영작 가운데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극장 수는 감소했고 관객 수도 줄었는데 극장 매출은 증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월20일 발표한 2010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자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한국영화계의 변화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극장가 전체 관객 수는 1억4680만명으로 지난해 1억5491만명에서 9.6% 줄었다. 그런데도 1조1501억원을 기록한 2010년 입장권 흥행수입은 2009년의 1조798억원에서 6.5%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언뜻 양립되기 어려운 이 결과의 원인은 ‘3D영화의 증가’로 귀결되는 듯 보인다.
지난해 입장요금이 오르면서 6970원이던 평균 입장요금은 2010년 7834원으로 증가했다. 입장요금 상승은 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길을 감소시켰지만, 그래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 한 관객은 <아바타>와 <타이탄> 등 입장요금이 2배가 많은 3D영화를 주로 관람했다. 영진위 영화정책센터의 김보연 센터장은 “관객의 소비 성향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수치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극장에서는 영상체감도가 높은 영화들을 관람하고 그외의 영화는 IPTV나 합법다운로드 등을 통해 이용하는 추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결산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합법다운로드로 볼 수 있는 영화는 전체의 5%에 불과했지만, CJ와 쇼박스의 영화들이 유통되면서 2010년에는 전체 영화의 95%를 볼 수 있게 됐다. 3D 상영영화의 증가는 극장 수의 감소라는 또 다른 변화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2010년 전국의 극장 수는 2009년 305개에서 301개로 줄었고 스크린 수 또한 2003개에서 52개 스크린이 줄었다. 2010년에 휴관 혹은 폐관으로 등록된 극장만 41개라고 한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체인이 디지털 3D 상영관 등을 마련하며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개인 사업자 단위의 극장은 투자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보연 센터장은 “주로 멀티플렉스 중에서도 비체인 멀티플렉스 극장과 단관극장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2010년 12월 현재, 국내 스크린 가운데 디지털 스크린은 1639개로 전체의 81.8%를 차지하며, 이중 30.8%가 3D 상영이 가능한 스크린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3D영화의 상승세는 CG, 3D 컨버팅, 특수효과 등 영화 서비스 분야의 수출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계약 건수로는 아시아영화의 CG나 특수효과를 맡는 비율이 높지만, 매출액으로는 할리우드영화의 3D 컨버팅에 따른 비중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D영화는 앞으로 배급사의 경쟁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듯 보인다. 2010년 배급사별 점유율 순위는 3D영화로 인해 흥미롭게 나타났다. 3D영화를 배급한 할리우드 직배사의 관객당 매출액이 늘었난 덕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이 스토리3>를 배급한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가 관객 수 기준으로는 5위를 기록했지만, 매출액으로는 3위인 롯데엔터테인먼트를 0.1%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3D영화로 얼마나 흥행하는지가 앞으로 배급사 경쟁의 관건이 되지는 않을까? <아바타>와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개봉한 2009년이 3D영화의 가능성을 점친 한해였다면, 이월된 <아바타>를 포함해 수많은 3D영화가 개봉한 2010년은 이로 인한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난 해인 셈이다. 3D영화에 맞춰진 영화계의 변화는 곧 콘텐츠의 변화까지 이를 전망이다. 김보연 센터장은 “3D나 4D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그외 영화를 다른 플랫폼으로 보는 형태가 정착된다면 제작비 규모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3D 대작의 등장은 반갑지만, 3D 열풍에 따른 양극화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