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제이미(제이크 질렌홀)는 ‘연봉 10만달러가 넘는 유일한 미숙련 업종’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한다. 일라이 릴리사의 유명한 항우울제 ‘프로작’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화이자의 항우울제 ‘졸로푸트’ 판매량을 늘리는 게 그의 목표. 영업차 병원에 간 제이미는 파킨슨병 환자 매기(앤 해서웨이)에게 반한다. 두 사람은 진지한 연애가 아닌 섹스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유지한다. 한편 화이자에서 ‘비아그라’ 개발에 성공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자 덩달아 제이미 역시 업계에서 승승장구한다.
<러브&드럭스>는 청춘남녀의 러브스토리 위에 상당히 흥미로운 토핑을 얹어놓았다. 오히려 제약회사 이야기에 러브스토리 아이템이 곁들여졌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노골적인 뒷거래, 섹시한 치어리더와 마카레나 춤이 결합된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쇼 같은 제약회사 홍보 행사, 처음 만나는 여자에게 작업 걸 듯 병원 창구 여직원들에게 ‘우리 회사 샘플약을 의사 눈에 잘 띄게 배치해달라’고 달콤하게 속삭여야 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행동양식 같은 것. 1996년이라는 시간적 배경도 중요하다. 샴페인을 여기저기서 터뜨렸던 90년대 중·후반의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조성하는 다행증(多幸症)이 제이미와 매기의 불안정한 연애담과도 썩 잘 맞물린다. 물론 결말에 이르러선 두 선남선녀가 어떻게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지에 몰두하며 약간 김이 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과잉행동장애로 진단받을 만큼 불안정한 에너지가 넘쳐나는 제이크 질렌홀도 멋지지만 극단적인 조울증을 오가는 매기 역의 앤 해서웨이의 존재감은 실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