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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저작권법 수정안 ‘뜨거운 감자’

영화음악 저작권 독립 인정 둘러싸고 제작자와 영화음악 종사자 진통 예상

영화제작자협회 기자회견

새해를 눈앞에 둔 12월28일, 뉴델리에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영화 제작자 대표들이 참석한 이례적인 모임이 있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정보통신부 장관과 인적자원부 장관 등 현 정부 지도층은 영화 제작자 대표들에게 인도 영화산업계가 처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정부는 영화 제작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공정하게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1월6일로 계획되었던 전국 규모의 영화계 총파업은 일단 무기한 연기되었다. 다음날 영화 제작자 쪽은 언론과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로부터 ‘공정하게’라는 말을 들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원점? 무슨 원점?

제작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 인도 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저작권법 수정안 2010’의 초안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다. 수정안의 여러 내용 중 제작자쪽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분은 영화음악으로 얻은 수익의 50%를 작곡가와 작사가 등 관련자에게 분배해야만 한다는 의무조항과 시나리오와 영화음악의 저작권을 독립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제작자쪽에서는 영화음악에 대해서는 현재도 충분한 로열티가 지급되고 있으며 저작권을 넘기라는 것은 동업을 하라는 것과 같다며 수정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런 불만의 목소리들을 남인도 영화 제작자들이 라훌 간디 현 인도국민회의 사무총장에게 전달했고 28일 모임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로써 제작자들과 영화음악 종사자들 사이에 합의점이 도출되기 전까지는 인도 정부가 저작권법 수정안 통과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맺어진 셈. 현재 제작자쪽은 영화음악 종사자들과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영화 제작, 배급, 상영 관련 단체를 대표하는 기구인 FFI가 이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화음악 종사자들을 이끌고 있는 인도의 유명 작사가 자베드 악타르와는 계약을 하지 말 것을 제작자들에게 충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아가르왈 FFI 회장이 자베드 악타르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란 점을 들어 저작권법 수정안과 관련해 그가 모종의 실력 행사를 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어 양쪽이 타협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영화 관련 종사자들은 양쪽 모두 인정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다고 해도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원로 영화감독은 타협이 어떻게 이뤄지든 제작자쪽이 영화음악 종사자들에게 배분해야 할 몫을 조금 줄이는 모양이 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배급업자와 극장주들에게 팔리는 영화 가격에서부터 티켓 값에 이르기까지 인도 영화산업 전반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화의 창구가 열렸으니 같이 살길을 찾아야

인도 영화텔레비전제작자조합 부의장 무케쉬 바트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전국 규모의 파업을 계획했다가 철회했다. 파업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파업 당일 전국적으로 극장을 닫고 제작자들 입장에 동조하는 배우와 감독들까지 모아 델리에서 시위를 하기로 계획했다. 파업은 정부가 제작자쪽의 입장은 전혀 듣지 않고 영화 관련 저작권 수정법안을 진행시킨 데 대한 항의성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문제와 관련된 당사자들의 입장을 공정하게 다시 듣기로 했고 그전에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기로 약속했다. 향후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쪽이 서로 인정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제작자쪽과 영화음악 종사자들의 입장 차이가 큰 것 같다. =제작자들은 영화음악 종사자들과 싸우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제작자들과 영화음악인들은 결국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법안이 마련되는 전반적인 과정을 납득할 수 없었다. 우리는 보조금을 요구한 것도, 어떤 특혜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다만 서로가 최소한의 대화를 하고서 최종 결정을 내리자는 것이다. 영화음악도 영화가 있을 때 존재하는 것이고 영화제작자도 영화음악이 필요하다. 영화음악 종사자들은 물론 그들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자쪽도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 정부가 일단 대화의 창구를 열어줬으니 서로가 공존, 생존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주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