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차다기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그건 지난해 마지막 날 받은 충격 때문이다. 모두 알다시피 그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채널 4곳과 보도채널 1곳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선정된 ‘조중동매연’ 입장에서야 대통령의 화끈한 연말선물이 감사할 따름이겠지만 나머지 국민들로선 폭탄을 받은 심정일 거다. 가뜩이나 보수적 논조를 자랑해왔던 이들 매체는 방송 사업자에 선정되기 위해 더더욱 열렬히 ‘엠비어천가’를 소리 높여 불러왔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일종의 동거를 해온 셈인데 이제 사업자 선정이라는 결혼식도 올렸으니 입 싹 씻고 가끔이라도 정부를 비판할 법도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채널번호 지상파 사이 끼워넣기, 의약품 등 광고시장 확대, 케이블TV 수신료 인상, KBS 수신료 인상과 2TV 광고 폐지 등 생존을 위해 정부의 ‘획기적 조치’가 필수적이고 권력으로서는 다가오는 대선과 총선에서 이들의 ‘협조’가 절실하기에 당분간 이들 사이에선 깨가 쏟아질 전망이다.
2010년 마지막 날에는 또 하나의 뉴스도 있었다. 부분 개각 말이다. 그중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인물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다. 영화계는 정 내정자를 비교적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꾸준히 일하면서 위원장까지 역임해 이런저런 영화계 사안에 밝고 스크린쿼터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섰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 인사들과도 나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이후 영화진흥위원장 선정 등에도 충무로의 여론을 수렴할 가능성도 높다. 우려도 있다. 그가 종편과 보도채널을 선정하게 한 근간인 미디어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막판에 ‘날치기 통과’를 주도하지는 못했지만 한동안 미디어법을 만들고 이를 입안하는 과정을 이끌었던 게 정 내정자이기에 결국 문화부 장관으로서 가장 역점을 둘 분야가 종편쪽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해당 언론사들이 종편 사업을 펼치다 파산해서 회사 전체까지 망할 것을 ‘기대’하는 일부의 시각도 있지만, 한국 언론사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정부를 압박하건 은행을 구워삶건 어떻게든 생존을 유지해온 한국 언론사들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쉽사리 패배할 리 없다. 그러니 2011년은 광고와 특혜를 둘러싼 역겨운 이전투구로 얼룩질 게 틀림없다. 그리곤 저질 콘텐츠 양산, 보수 여론몰이 공작, MC와 배우 등의 거품 현상 등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주지 않는다는 원칙만 확실히 세우면 그나마 상황은 덜 최악일 텐데 ‘특혜를 안 주면 외려 이들 방송사의 정부에 대한 역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니 그 기대도 접어야 한다. 이번 심사를 이끈 위원장은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는데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풍으로 따지고 싶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