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에 어느 대학생들 앞에서 했던 말들을 최근 다시 훑을 일이 있었다. 1년도 안된 시간인데,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령 “글을 잘 쓰려면 잘 쓸 때까지 쓰면 된다”고 떠든 대목에서 인터넷 클럽이나 블로그 같은 데에도 자꾸 쓰랬던 잔소리에 ‘소셜 네트워크’란 표현을 넣는 식으로 급수정해야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대세니까. 난 둘 다 안 한다. 관심있으면 너희들은 해라. 돈 안 드는 선에서.
너희들. 20대. 잉여 찌질이 백수 루저들아. ‘마태복음 효과’(있는 놈이 더 갖는다는)를 들먹이며 우울해하는 당신들에게 “왜 꼭 앞만 보고 뛰어야 해? 옆도 있고 뒤도 있다”고 말하는 이 언니는, 사실 잘 안 뛴다. 어쨌든 40대에 들어선 나도 대체로 찌질하다는 말씀이다. 세대론으로 삶의 기반(을 포함한 사회적인 문제, 불공정, 나아가 무책임 등)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기실 몽땅 사기다. 우리가 언제 나이로 뭉쳤니? ‘요즘 20대’라는 말은 엄밀한 의미에서 실체가 없는 표현이다만, 편의상 그냥 쓰련다. 힘들게 노동하는데도 나날이 불안하고 이 생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이들을 통칭하는 말일 테니.
최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멋진 제목의 책을 낸 엄기호씨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는 요즘 ‘에너지 보존’과 ‘일상의 십일조’를 말하며 돌아다닌다고 하는데(그와 일면식도 없음), 대단히 동의한다. ‘그냥 이대로 쭉 살면 된다’는 허무한 대안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대신 인생의 10분의 1 정도는 사회적인 활동을 하라는 거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뜻이 맞거나 틀린 이들과 교제하거나 싸우는 거.
없는 호주머니 털어 정기구독하거나(와우!) 사보는 20대 독자들께 ‘각별히 말하고 싶은 5가지’. (빌려보는 당신!… 괜찮아. 참고로 사장님께 배달된 거 훔쳐보는 애도 있단다.) 특히 여러분 덕에 ‘조중동매연’이 ‘똥탕질’ 하는 언론환경에서도 씨네리가 이렇게 꿋꿋하잖니. 1. 인생 뭐 있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 맛간다. 인생 뭐 있다. 2. 그들이 너를 시시하게 여기면 너도 그들을 시시하게 여기렴. 3.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다. 어차피 후회할 거 그냥 해(영화? 찍어). 4. 앞날을 미리 걱정하는 게 ‘미래지향적’인 행태다. 그냥 오늘에 집중하길(집착 말고). 억울하면 오래 살고. 5. 새해 복지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