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바로 뇌다>는 범죄와 뇌과학의 연관성을 파헤치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책 자체가 일종의 시행착오의 기록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 책의 초반부는 범죄와 뇌의 연관성에 대한 초기 연구가 얼마나 미숙하고, 그 연구 결과가 골상학을 통한 인종차별의 근거가 되거나 성차별의 근거가 되어왔는지, 과학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거짓말하는 뇌와 착각하는 뇌의 작용을 살피는 글이 이어진 뒤, 폭력의 장소가 되는 뇌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연쇄살인자 지안 프랑코 스테바닌은 재판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거의 다 밀고 등장했다. 그러자 오른쪽 이마 위에 둥글고 큰 흉터가 확실히 눈에 띄었다. 16살 때 입은 오토바이 사고 이후 그는 포르노그래피에 심하게 빠져들고 성매매업소를 규칙적으로 드나들며 상대에게 상해를 입히기 시작했다는 점이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행동의 잘못을 인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종신형을 선고했지만 이후 그의 MRI사진이 공개되면서 그가 입은 뇌손상의 정도가 도덕적 사고능력을 거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현재 시점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분야가 워낙 진행형이며, 한번의 시행착오가 큰 과실이 된다. 게다가 연쇄살인자의 죄와 인간을 ‘뇌 이상’을 이유로 분리할 수 있을까? 그러니 읽을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