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천명의 작은 마을 체스터스밀에 갑자기 투명한 돔이 생겨난다. 운 나쁘게 돔 근처를 지나던 이들은 몸이 잘려나간다. 속사정이 궁금한 인물들을 가차없이 죽이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쫄깃한 책에서 어찌 손을 떼겠는가. 과연 스티븐 킹이다. 풀어가는 방식도 스티븐 킹답다. 돔의 발생 이후 부각되는 문제는 권력 다툼과 심리전. 권력자는 위기를 이용하여 공포정치에 손을 대고 그에 저항하는 이는 머리를 굴려 상대의 빈틈을 찾는다. 재앙이 닥쳤다는 점, 수많은 인물들의 시선을 옮겨가며 진행되는 점은 <스탠드>와 흡사하다.
<언더 더 돔>만의 특징을 꼽으라면 이 소설이 대놓고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한 우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의 2인자 빅 레니로 대표되는 체스터스밀의 권력자들은 기독교와 손잡고 마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은밀히 범죄를 저질러왔다. 돔이 생기자 빅 레니는 마을의 양아치들을 경찰로 발탁하여 공권력을 장악하고 반대자를 숙청해나간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악의 화신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인물도 못 된다는 점이다. 방에 사라 페일린과 악수한 사진을 걸어놓은 설정이나 오바마의 중간 이름이 후세인이라고 욕하는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정치가의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에 가깝다. 이름부터 딕 체니와 유사하다(한국으로 치면 이름이 이상덕쯤 되려나). 그런데도 이 못난 악인이 탐욕을 채울 수 있는 것은, 타인의 멍청함 때문이다. 빅 레니에게 이용당하는 마을 1인자 앤디 샌더스의 둔함과 우유부단함, 마을 사람들의 순진함과 무지.
돔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하늘에서 분홍색 별이 떨어지는 등 종말의 신호가 하나둘 등장한다. 지옥처럼 변해가는 마을은 이라크전 참전자의 시각에 의해 이라크전이 벌어지는 공간과 비슷하게 묘사된다. 결국 미국의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얘기. 책은 전 3권 완결 예정으로 현재 2권까지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