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각종 결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참석했던 영화진흥위원회 주최의 좌담회 또한 2010년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하기 위한 자리였다. 투자, 배급, 제작, 극장, 부가시장 분야의 참석자들은 각 분야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가며 한해를 정리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기획·개발, 제작, 투자를 아우르는 ‘제작 환경’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 영화 투자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자본난이 본격화됐고 이에 따라 제작 환경이 대폭 악화됐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투자사의 압박 속에서 올해 (10억원 미만 영화를 제외한) 상업영화의 평균 순제작비는 마침내 20억원대까지 내려왔다. 이로써 제작비에 ‘거품’과 ‘누수’가 가득했던 과거에 비해 효율성이 커졌고 수익률 또한 약간 상승했지만, 이 과정에서 스탭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노동환경과 임금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쟁점은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였다. 투자 사이드에서 바라보기에 한국영화의 수익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투명성 또한 아직 확보됐다고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새로운 자본을 끌어들이는 일 또한 어렵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결국 좀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게 투자자들의 결론이다. 반면 제작쪽의 시각에서는 투자자들의 수익 배분 방식이 불만족스럽다. 창작의 최소 조건을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가혹한 배분 방식을 밀어붙임으로써 제작사와 스탭들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영화계에서 프로듀서의 자리가 애매해지면서 콘텐츠의 질도 불균질해진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좌담회에서 똑 부러지는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한국영화산업 시스템이 여전히 후진적이고 시장 규모 또한 한정적이라는 좀더 본질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 부가시장 확대가 근원적인 해결방안이라지만 단시일 안에 달성될 리 없으며, 그동안 영화시장 성장의 바탕을 마련해준 극장 관객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는 탓에 이날의 논의는 미래를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렇다고 정말로 한국영화의 내일을 비관할 필요까진 없다. “언제는 비관적이지 않은 적 있냐”는 이영진 기자의 말처럼 연말마다 영화계의 다음해 전망은 잿빛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계는 어찌어찌 버텨냈다. 근거없는 희망을 품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단 <씨네21>의 연말결산을 보면 올해 영화계가 얼마나 풍성한 성과를 거뒀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주 신년 특별호를 보시라. 그러면 2011년을 희망적으로 바라봐야 할 든든한 근거를 찾게 될 것이다. 대체 뭐가 실리기에 이렇게 뻐기냐고? 아직은 비밀이지만 <씨네21>을 꾸준히 봐왔던 독자라면 어렴풋이 짐작하실지도 모른다. 신년호가 나오려면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그동안 자신만의 연말결산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