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2월 20일(월) 오후 2시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 구남(하정우)은 연변의 택시운전사다. 한국에 돈 벌러 간 구남의 아내는 연락두절. 빚 더미에 앉은 구남은 돈 불리러 마작판을 드나들고, 그곳에서 면가(김윤석)를 만난다. 면가는 구남에게 한국에 가서 사람을 한명 죽이고 오면 빚을 갚아주겠다고 제안한다. 구남은 고민 끝에 황해를 건넌다. 서울에 도착한 구남은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의 집을 드나들며 살인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그러나 눈 앞에서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이 다른 이들에 의해 살해당하고, 현장에 있던 구남은 살인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청부살인을 지시한 조직의 보스 태원(조성하)은 증거인멸을 위해 구남을 쫓기 시작하고, 면가 역시 황해를 건너 구남을 쫓는다.
100자평
아마도 올해 ‘나홍진의 신작’이라는 것만큼 더 큰 기대를 받은 한국영화가 있을까. <황해>는 그 묘사와 스타일 면에서 <추격자>로 시작된 일련의 충무로 트렌드를 그 스스로 종결짓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지독하게 내려찍고 질주한다는 얘기다. <추격자>가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박진감이 그 핵심이었다면 <황해> 역시 그런 느낌으로 연변, 서울, 울산, 부산까지 찍고 또 찍는다. 하정우와 김윤석의 연기는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 싫은 괴물 같은 느낌이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작년 <추격자>의 흥행은 단순하지 않았다. 나홍진이 꾸려놓은 스릴러의 법칙과 캐릭터는 곧 올 한 해 한국영화의 경향이었다. 나홍진은 꼬박 1년 여만에 자신이 만든 세계를 <황해>를 통해 확장한다. 공간은 확대됐고, 캐릭터는 반복과 변주를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황해>는 결국 <추격자>의 또 다른 모습이다. 폭력과 질서가 통하지 않던 서울의 한 공간은 연변과 조선족이라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맞닥뜨리면서 그 강도를 더한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몇몇 아쉬움을 토로할 짬을 주지 않을 정도다. 장르영화가 끌어안은 추악한 한국사회의 모습은 결국 진실보다 더한 쾌감으로 휘몰아친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한국영화에서 하드보일드의 정서를 성취한 영화는 지금까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밖에 없었다(최양일 감독의 <수>는 다소 예외적인 케이스로 남겨둔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다소 성기게 덜컹거리는 스토리(이를테면 경찰들은 도중에 완전히 사라진다)와 존재감 없는 여성 캐릭터들의 불필요함이 거슬릴 수도 있지만, 그 단점들을 뛰어넘는 파워에 함몰된다. 지금쯤이면 끝나가는 시점인데, 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영화의 절반까지라는 것, 그 이후까지 영화는 거침없이 내달린다. 단지 중국 연변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는 팩트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액션과 정서 모두 한국영화에서 지금까지 낯설었던 지형도를 뜨겁게 탐색한다. <추격자>와 많이 다른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추격자>에 이어 또다시 주인공을 연기한 하정우와 김윤석 모두 굉장하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황해>는 장점과 단점이 너무도 명확한 영화다. <추격자>의 골목길 추격 시퀀스에서 나홍진이 입증했던 공간 활용 감각은 한국 전역과 중국 하얼빈을 오가는 <황해>의 광활한 로케이션에서 다시금 빛을 발한다. 하정우와 김윤석이라는 배우의 에너지도 굉장하고, 두 배우가 벌이는 자동차 추격신의 생동감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반면 깔끔하지 않은 이야기 구성과 불필요해 보이는 몇몇 장면들은 아쉽다. 그러나 장단점을 따지기 이전에 <황해>가 매력적인 영화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영화의 야심만만한 활력과 이야기의 끝장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나 <황해>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장영엽 <씨네21> 기자
<추격자>가 음습했다면 <황해>는 차고 뜨겁다. 지독하다는 점에선 같지만 두 영화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2시간 30분가량 되는 러닝타임, 연변과 한국을 오가는 무대, 물고 물리는 관계 안에서 뒤죽박죽되는 캐릭터 설정 등 <황해>는 <추격자> 때보다 훨씬 크게 판을 벌인다. 그럼에도 제 온도와 밀도를 잃지 않는다. 그것은 디테일 때문인 듯하다. 나홍진 감독은 싸움 신, 차량 추격·전복 신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다. 카메라는 쉽게 원경을 잡지 않는다. 여기서 더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그럴 땐 극한의 상황을 함께 체험하는 기분이 든다. 나홍진 감독은 중간 중간 여유도 뽐낸다. 내복을 보자기 삼아 머리에 두른 하정우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축지법을 구사하듯) 산을 타는 신은 <황해> 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장면. 휘몰아치는 추격신을 뒤로 하고 나면 영화의 단점이 튀어나오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엔 무시무시한 공력에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이주현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