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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다문화의 다이내믹함을 보라

독일 대표 다문화 지역 노이쾰른에 대한 다큐멘터리 <노이쾰른 언리미티드>

<노이쾰른 언리미티드>

베를린 시내 중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불과 대여섯 정거장만 더 가서 내리면 별세상이 펼쳐진다. 동방의 어느 도시에 온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히잡을 쓴 치렁치렁한 차림의 아낙네들. 콧수염을 한 아랍, 터키계 남자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다. 아랍 과자점과 야채가게의 간판의 글씨는 터키어나 아랍어다. 이곳은 바로 노이쾰른. 독일 이주민 통합 논쟁의 진원지다. 전체인구 30만명 중 이주민이 12만명으로 이주민 비율이 3분의 1을 넘어섰다. 베를린 지역 중 저소득층 인구와 이주민 비율, 범죄율이 높아 문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독일은 이주민 통합 논쟁이 뜨겁다. 지난 9월 베를린 시정부 재정부담당관이자 전 독일 연방은행의 이사장 틸로 자라친이 쓴 <독일은 자멸하고 있다>라는 책으로 불붙기 시작한 이 논쟁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총리(기민련)는 “다문화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이주민 문제에 대해 불편한 정서를 드러낸 보수층 표심을 얻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맥락에서 본다면 다큐멘터리 영화 <노이쾰른 언리미티드>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영화는 다문화가 주는 다이내믹을 아랍 멜로디와 리듬을 섞은 힙합 음악과 비보이들로 표현한 작품으로, 독일 다문화 지역의 대표격인 베를린 노이쾰른에 바치는 오마주이자 사회연구보고서다.

카메라는 레바논 출신 이주민 가정의 남매들의 삶을 따라간다. 주인공 리알(19세), 핫산(18세), 마라도나(14세)는 체류 문제 때문에 고생 중이다. 그들은 2003년 강제출국을 당한 이후로 어머니가 간질병을 앓았던 아픔을 안고 있고,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동안 체류허가증을 갱신받으며 언제 강제 출국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 이들이 졸업 후에도 베를린에서 마음 놓고 살려면 적정한 직장과 소득이 필요하다. 다만 이들 3남매에겐 특별한 재능이 있다. 바로 춤과 노래다. 막내 마라도나는 <슈퍼 탤런트>라는 캐스팅쇼에서 결선까지 진출한다. 리알은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하산은 인문계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밴드에서 보컬이나 브레이크 댄스로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춤추고 노래하는 남매들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담은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다큐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다. 201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부문에 진출한 <노이퀼른 언리미티드>는 유리곰상을 수상했고, 유수의 국제영화제들에 참가했다.

노이쾰른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편집 겸 공동연출자 아고스티노 임몬디 감독 인터뷰

-어떻게 이들과 만나 영화를 찍게 되었는가? =원래 청소년 범죄에 관한 영화를 만들 생각으로 소재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마라도나를 알게 됐다. 당시 브레이크 댄스 경연대회를 구경하러 갔었는데 마라도나가 우승을 했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공격성을 댄스무대에서 발산하는 게 인상 깊었다. 그때 마라도나에게 말을 걸었고, 몇주 지난 다음 형인 핫산을 알게 됐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가? =나도 이주민 출신이다. 청소년 시절 부모가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이민을 갔다. 그때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바탕으로 이들 세 주인공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다음 출연자들의 반응이 어땠는가? =매우 기뻐했다. 이 영화는 이들에게 의미가 깊다. 이렇게 알려지면서 체류허가증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인 통합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별로 쓸데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논쟁을 위한 소모적 논쟁인 것 같다. 핵심은 모두 비껴가고 있다.

-영화에선 노이쾰른의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보통 독일 언론엔 부정적으로 보도되지 않나. =내가 처음 이 지역 청소년 클럽을 방문해 청소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지도교사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독일 기자들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질렸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파리나 런던, 뉴욕의 슬럼가와 비교하면 노이쾰른은 조용하고 안전한 지역이다.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았던 노이쾰른의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뭔가? =주인공들이 좌충우돌하며 열심히 꿈을 좇는 모습이 바로 노이쾰른을 넘어선 무언가를 추구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부정적 의미로 인식된 ‘노이쾰른’을 넘어선다는 뜻에서 언리미티드를 제목으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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