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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루저
2010-12-23

어쭈구리. 지인이 읽어보라고 보낸 시나리오의 남자주인공 이름이 ‘송새벽’이다. 호젓이 자세를 가다듬고 프로를 본뜬 객관성으로 시나리오를 읽은 소감을 답신한다. ‘… 아, 그리고 굳이 덧붙이자면 주인공 캐릭터에 송새벽씨가 잘 붙는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는 어느 때고 그가 아니던가. 어디서고 너무 많이 본 사나이가 아니던가. 하관을 묶어놓은 듯 제 안으로만 투덜투덜 쌓는 말투며, 이건 뭐 카메라를 잡아먹어도 아쉬울 판에 맞고 자란 아이처럼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시선은 어떻고. 4D 세상에 2D인 그의 얼굴은 옆에 앉은 지하철 양복쟁이와 뭐가 다른가. 양복쟁이는 침 흘리며 쓰러진 우리에게 드넓은 어깨라도 빌려주지, 중력조차 버거운 듯 흘러내린 그의 뒤태는 배우의 아우라는 고사하고 남정네로서도 호기가 없다, 호기가. 그런데도 왜 이 난리인가? 뭐, 그래도 끈기는 있어 잔기술을 익혀서 여자에게 공을 쏟는 듯하더니(<시라노; 연애조작단>) 보다 못해 만나주니 볼기를 때리며 좋냐고 묻는 SM이었다(<방자전>). 그 와중에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데리고 사는 여자가 있었는데 결국 마누라 매제의 등골을 빼먹더라(<부당거래>). 이제는 사랑고백이랍시고 공공시설물의 낙서를 조장하는 CF까지. 거기다 감독 지망생들의 캐스팅 1순위? 어쭈구리.

이거… 털다보니 먼지가 아니라 동전들이 한두개 튀어나오는 꼴이라 이 문제는 눈감으려 했는데 안되겠다. 결정적으로 그는 편집된 출연 분량 이상의 잔여물을 남겨 상대 배우의 존재를 상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상대 배우와의 대화신이라 하자. 이상하게 상대 배우의 컷은 자꾸 점프가 되고, 그의 컷만 롱테이크마냥 내리 보이는 것이 아닌가. 올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그의 출연 분량만 추려내 붙인다 해도 채 50분이 안될 텐데, 왜 우리는 그를 두 시간 내내 본 것 같은 환영에 시달려야 하는가. 왜 그는 노동이라는 정직한 시간을 거슬렀음에도 모든 영화제에서 개근상을 받아내고 마는 건가.

영화 관계자들이며 관객아. 그러니 생각들 좀 해보세요. 그가, 밤마다 문자넣기에 한번 만나줄까 하던 차에 내 친구랑 사귀던 그 자식이랑 뭐가 다르게 생겼나. 19금 만화책 코너의 배열순을 꿰찬 슬리퍼남과 뭐가 다른가. 신입생들 무서워 구석에서 줄담배만 피우던 제대하고 복학한 선배들이랑 뭐가 다르고? 그러니 제발 좀 그이를 가만히 두란 말이다.

그이는 나의 비인기종목(세팍타크로처럼), 나의 변태, 나만의 루저란 말이다.

올해의 장면

<방자전> 과거에 붙었지만 별거 없어 낙심한 이몽룡을 변학도인 그가 위로한다. “나는 진작에 알았어요, 별거 아닐 줄….” 그럼 왜 그 고생을 했냐고 이몽룡이 묻는다. 쉴새없이 껌뻑이던 그의 눈꺼풀이 번쩍 치켜진다. “저는 인생 목표가 뚜렷해요. (성교를 빗댄 제스처 뒤) 저는 이게 젤 좋아요. 그외엔 아무것도 관심이 안 가요.” … 나도 진작에 알았다. 한국영화가 그를 젤 좋아하게 될 거라는 것을. 그외엔 아무것도 관심이 안 가게 될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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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미랑 영화감독·<목욕>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