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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에 유연하게 새겨질 곡사의 인장을 기대한다
남다은(영화평론가) 사진 백종헌 2010-12-16

다녀와서 _ 언제나처럼 ‘빵꾸’를 찾아서

<화이트>의 관건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곡사의 개성이 상업영화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 매만지는가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화이트>에 기대하는 건 잘 다듬어진 호러가 아니라 거기 유연하게 새겨진 곡사의 인장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의 비밀의 열쇠이자 공포의 근원이며, 어떤 기괴한 영상과 사운드로 영화를 부유하게 될 낡은 뮤직비디오의 촬영 푸티지는 곡사의 취향과 재능이 십분 발휘될 요소다. 플래시로 일그러진 흉측한 얼굴, 거친 픽셀, 이상한 노이즈, 음산한 필름 그레인…. 그러니까 현재를 떠도는 과거, 영혼이 없는 아이돌의 표면, 아이돌 역사의 얼룩. “곡사의 일관된 주제는 ‘빵꾸’예요. 이 영화 역시 ‘아이돌 이미지의 빵꾸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다가 나온 이야기고요.” 곡사는 지금 20억원이 훌쩍 넘는 자본으로 50회차를 달려 ‘빵꾸’를 메우는 게 아니라, 언제나처럼 ‘빵꾸’를 만들어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단 두번 구경했을 뿐이지만, <화이트> 현장은 곡사의 성품처럼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이 일개미 같은 쌍둥이 형제가 언제나 의외의 결과물을 터뜨려왔다는 지난 경험을 떠올리면, <화이트>는 현재 편집실에서 차분하게 폭발을 준비 중일 것이다. 곡사는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자신들을 가장 괴롭혔던 물음이 “아이돌 자신은 무엇을 가장 무서워할까? 아이돌은 어떻게 죽어야 가장 아이돌답나? 아이돌의 무덤은 어디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 아이돌은 죽어서 무엇을 남기나?”라고 말했다. 그 질문을 따른다면, <화이트>는 결국 예쁜 아이돌들을 데리고 아이돌의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무섭고 도전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질문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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