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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대체 왜 선거 직전에? 왜 젊은 감독만?
강병진 2010-12-13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선거를 둘러싼 투표권 논란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영화감독협회 송년의 밤 현장.

한국영화감독협회(이하 감독협회)가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감독협회는 오는 12월17일, 오후 2시 남산에 있는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릴 임원선출 총회를 통해 현 정인엽 이사장 이후 협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이사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이사장 입후보자는 김호선 감독과 정진우 감독, 그리고 이민용 감독이다. 투표권은 감독협회의 정회원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지난 12월 초, 한국영화감독협회에 소속된 정회원 가운데 50여명에 해당하는 감독들이 갑자기 특별회원으로 자격이 바뀌었다. 홈페이지에 수록된 회원명부에 따르면 감독협회의 회원은 총 256명이다.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회원들의 투표권이 사라진 것이다.

특별회원으로 환원된 회원들은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회원들 가운데 비교적 나이가 젊거나, 최근 3년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들이다. 윤인호 감독은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허진호, 장진 감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당수가 “이사장 입후보자 중 한 사람인 이민용 감독을 지지하는 회원들”이라고 덧붙였다. 선거를 보름 남짓 앞두고 벌어진 일인 만큼 특정후보의 당선을 위한 변칙적인 결정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감독협회는 “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감독협회의 임유현 사무국장은 “최근 3년간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회원이 많아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고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회 때부터 참석한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이야기다.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으니 예산 결산도 통과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협회 발전을 위해 임시방편으로라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고,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의결했다. 이후 5월부터 몇 차례에 걸쳐 공문을 발송해 연락이 두절된 회원들은 특별회원으로 환원된다고 공지했다. 그중 연락이 된 6명의 회원은 정회원으로 남겼고, 공문이 반송되거나 연락이 두절된 회원에 한해서 조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윤인호 감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한다. “대부분이 영화를 만들고 준비 중인 사람인데, 연락이 안됐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정말 회원을 위하는 협회라면 연락이 되지 않은 회원을 잘 아는 다른 회원을 통해서라도 연락을 시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연로하신 회원 중에도 연락이 안되는 분이 있는데, 나이가 젊은 회원들만 정회원 자격을 박탈했다는 점에서 선거를 의식한 의도적인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별회원으로 분류된 감독들은 연락처 명부를 작성해 감독협회에 접수해 다시 정회원으로 복원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또한 감독협회는 이미 입후보자가 등록됐고, 선거인 명부가 확정됐기 때문에 당장은 정회원 복원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유현 사무국장은 “이제라도 연락처 명부를 받았으니, 선거 이후 다시 이사회를 통해 정회원으로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원 자격이 박탈된 감독들은 오는 17일, 임원선출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 공식적인 발언을 통해 총회참석 성원에 자신들의 명단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윤인호 감독은 “대부분 지금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선배님들이 모두 상식적인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직접 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계속 같은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감독협회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이사장으로 선출되면 이천 춘사대상영화제와 공주 신상옥청년영화제를 주최하는 한편, 각종 영화계 현안에 대해 협회의 의견을 전하게 된다. 상식적인 절차를 통한 상식적인 선거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신구 영화감독들 사이에 일어날지 모르는 회복 불가능한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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