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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와 낭만주의자 두사람의 성장담 <김종욱 찾기>
강병진 2010-12-08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김종욱 찾기>는 뮤지컬영화가 아니다. 원작을 뼈대 삼지만, 원작의 설정에 크게 기대지도 않는다. 이동통신사 직원이었던 남자는 영화에서 여행사 직원이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려는 고객에게 쓰나미의 위험부터 알릴 정도로 원칙주의자인 기준(공유)은 회사에서 잘린다. 원작의 신문사 기자에서 뮤지컬 무대감독으로 탈바꿈한 여자 지우(임수정)는 외모 반듯하고 직장 튼튼한 남자의 청혼을 “첫사랑 때문에” 거절한다. 기준은 어떤 계기에 의해 첫사랑을 찾아주는 일종의 흥신소를 개설하고, 지우는 아버지에게 붙잡혀 이곳을 찾아온다. 지우가 찾는 첫사랑의 이름은 김종욱이다. 10년 전 인도행 비행기에서 만났고, 인도의 블루시티에서 사랑을 키웠는데,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지우가 전한 최소한의 정보로 기준이 찾아낸 김종욱은 대략 1천명이 넘는다. 두 남녀는 언제 끝날지 모를 김종욱 찾기에 동행하고, 점점 서로에게 이끌린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매력은 1인22역을 연기한 멀티맨의 존재였다. 영화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작자이자 뮤지컬을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뮤지컬의 방법론을 지우고 영화 자체의 형식을 고민한다. 영화는 춤과 노래 대신 곳곳에 유머를 터트리는 에피소드를 배열하고, 장면과 장면을 음악적인 리듬으로 연결하면서 단순한 이야기의 틈을 채웠다. 간혹 무대에서나 어울릴 인물의 동선과 배치가 눈에 띄지만, 이 또한 ‘첫사랑 사무소’라는 설정의 비현실성을 아예 판타지화시키는 쪽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원작에서 웃음 자체를 위해 설정했던 희화화된 주변 캐릭터들 또한 적절한 톤으로 조절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인상적인 부분을 하나씩 갖고 있다는 점은 무대에서 활동했던 감독의 강점으로 보인다. 뮤지컬의 스코어가 한곡도 삽입되지 않는 건 의외지만 원작을 즐겼던 관객이라면 원작에 출연했던 오만석, 엄기준, 오나라 등의 카메오가 반가울 것이다. 뮤지컬이 영화로 번안되면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메시지의 색깔이다. 원작이 두 남녀의 만남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현실주의자와 낭만주의자인 두 사람의 성장담에 좀더 비중을 싣는다. 어린 시절 가수를 꿈꾸었던 지우가 무대에 오르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무대 위에 놓인 임수정의 모습이 다소 어색하지만 영화적인 볼거리와 클라이맥스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첫 영화화로서,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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