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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스타의, 스타를 위한, 스타에 의한 축제

만약 내가 영화제를 만든다면?

페넬로페 크루즈.

자신만의 영화제를 기획할 수 있다면 어떤 행사를 만들고 싶은가? 영화광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대로 실현할 수만 있으면 일년 내내 벌어지는 크고 작은 다양한 영화제들 사이에서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나 역시 영화제에 관한 꿈이 있다. 실제 세계에서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기에 크고 화려한 행사를 나름 꿈꿔왔다. 돈이 많고 야심이 큰, 많은 수의 새 영화제들은 큰 상금을 내건 경쟁부문을 만들어 유명세와 권위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경쟁부문만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제를 만들 수 있는 시기는 이미 30, 40년 전에 지난 것 같다. 긴 역사를 가진 영화제들은 가장 권위있는 경쟁부문을 이미 가지고 있기에 현재는 독립영화에 집중하는 선댄스영화제나 아시아 영화감독들에 초점을 맞추는 부산영화제처럼 특별한 컨셉이나 관심분야에 집중하는 편이 더 중요하다.

난 스타의 힘에 관련된 행사를 만들고 싶다. 세계의 모든 영화제가 스타보다는 감독을 더 강조하고 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유명 배우들을 눈앞에 보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물론 국제적인 스타들이 한국에 오도록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계획과 현실적인 계산을 갖고 준비한다면 서울 스타영화제는 성공적인 영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사가 단순하고 정확한 초점을 갖고 기획돼야 한다는 것이다. 매해 영화제 프로그램은 여덟명의 스타들(남자 넷, 여자 넷)로 정하고, 각 배우에 관련된 영화들을 선정하여 상영한다. 두세명은 루이스 브룩스, 로버트 미첨이나 그레이스 창 같은 과거의 스타들로 한다. 몇명은 에마뉘엘 베아르처럼 아트하우스영화로 유명한 배우들이나 자국에서는 유명하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파즈 베가 같은 배우로 한다. 아시아의 인기있는 배우 한명(아사노 다다노부나 주신?)과 한국의 인기있는 배우 한명은 필수다. 물론 할리우드 스타 역시 초대하도록 한다. 내가 초대하고 싶은 배우는 페넬로페 크루즈다. 그러나 그처럼 유명 배우를 초대하기 위해서는 몇년간 영화제의 명성을 쌓은 뒤여야 할 것이다.

생존해 있는 스타들 중 몇몇만 영화제에 참석하더라도, 영화제는 관객이 각 배우들의 작품에 대해 배우고 이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패널 토론과 특별 강의를 기획하도록 한다. 영화제 카탈로그는 잘 디자인하고 각 배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록하여 그 자체로 책으로 보관할 가치가 있도록 만든다. 이런 영화제는 언론에 홍보하기도 쉽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자연스럽게 더 많은 관객에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산을 마음대로 상상해도 되니 무한정이라 한다면 특별 파티, 이벤트, 선물을 주는 매우 화려한 행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명품 영화제로 말이다.

그러나 영화제를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넘쳐나는 영화제에 지쳐버릴 것이다. 독자들이여, 그대들 모두 영화제에 대한 좋은 생각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대의 영화제는 무엇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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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