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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상주의자의 부활
2010-12-07

존 레논, ‘노동계급의 영웅’을 자처한 팝음악의 철학자

“당신이 ‘64살이 되면’(‘When I’m sixty four’) 오노 요코와 함께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그 유명한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존 레넌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일랜드 해안가에 사는 멋진 노부부이거나 뭐 그 비슷한 사람들이 되어서 우리의 광기를 스크랩해놓은 책을 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는 64살을 맞이하지 못했다. 존 레넌은 1980년 12월8일 뉴욕의 아파트 앞에서 자신의 팬인 마크 채프먼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지 30년, 탄생으론 70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음악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서 그의 ‘광기’를 스크랩하려는 움직임들을 보게 된다. 어쨌든, 그의 예언은 실현된 것이다.

20세기를 정리하던 세기말 시점에, 록 잡지 <스핀>은 예수와 비틀스를 비교하는 17개의 항목을 제시한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존 레넌이 “비틀스가 예수보다 유명하다”라고 발언해 전세계적 파문을 일으킨 사건의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최종 결과는 예수의 판정승. 하지만 상당히 많은 항목에서 비틀스는 재치있는 ‘우세’ 판정을 받는다. 예를 들어, ‘가장 많았던 1회 라이브 청중’ 분야에서 예수는 “5천명의 사막 연회”를, 비틀스는 “셰이 스타디움, 5만6천명”을 기록했다. 물론 가십거리에 불과한 기사지만 이를 통해 비틀스가 20세기 동안 얼마나 광대한 영향력을 떨친 그룹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존 레넌은 이 위대한 ‘환상의 4인조’의 리더이자 창시자였다.

존 레넌은 스스로를 ‘노동계급의 영웅’이라고 자처한 재치있는 익살꾼이자 심오한 이상주의자였다. 영국 왕실에서 비틀스를 왕궁으로 초대했을 때, 존 레넌은 무대에 올라 왕족들을 향해 “귀하들께서는 보석이나 만지작거리시죠”라고 독한 농담을 날렸다. 미국에 상륙해 기자들이 뻔한 질문을 던질 때도 그는 항상 삐딱하고 유쾌한 대답으로 기성 언론을 골탕먹였다. 절정의 성공을 맛보고 있던 1965년에도, 폴 매카트니는 <Yesterday>를 만들며 현악 4중주를 실험했지만 레넌은 밥 딜런의 영향을 받아 진지한 가사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Rubber Soul》의 <In my life>다.

<존 레논 비긴즈- 노웨어 보이>는 레넌을 다른 비틀스 멤버들과 차별화하며 그를 로커로서 돋보이게 한 이런 성품들이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플레이보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존 레넌은 어머니 줄리아에 대해서 쓴 곡 <Julia>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난 어머니를 두번 잃었다. 한번은 내가 미미 이모 집에서 살게 된 다섯살 때, 또 한번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열일곱살 때이다. 세상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원한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일 때문이었다.”

솔로 이후로 레넌은 더욱더 급진적으로 변해갔다. <God>에선 이 세상 모든 종류의 영웅들을 부정했고, <Imagine>에선 천국과 지옥, 국가와 종교가 없는 세상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그는 가사뿐만 아니라 행동도 전위적이어서 《Two Virgins》에서 요코와 전라 헤어 누드를 싣는가 하면, 닉슨 정부와 영주권을 놓고 고단한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음악적으로도 <Love> <Jealous guy> 같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꼽히는 곡들이 그에게서 나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는 로큰롤을 예술로 대접받을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자 항상 로커로서 남으려고 했던 반(反)예술가였다.

아직도 음악 팬들은 “존이냐 폴이냐”를 고르라는 짓궂은 농담을 묻곤 한다. 이것은 양자선택의 단순한 질문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한 물음이 아니다. 실은 여기에 음악에서 좀더 소중한 건 무엇이냐는 가치관에 대한 은밀한 유도심문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록 평론가들은 한결같이 ‘존!’이라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적인 성공에서 폴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할 거대한 탑을 쌓아올린 거장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조지 해리슨의 심오한 정신세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물론 승자도 없고 정답도 없다. 하지만 과연 여러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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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