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송강호, 전도연을 꿈꾸는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무대에 서고 싶고 카메라 조명 아래 서고 싶은 수험생이라면 꿈을 꾸자.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되고 말겠다는 꿈을 충분히 꿨다면, 이제 현실로 발을 디딜 시간이다. 배우가 되기 위해선 꾸준히 신체를 단련하고, 교양을 넓히고, 지루한 수련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것만이 내 길이다’는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그 어떤 전공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게 바로 연기전공이라는 걸 명심하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왜 연기를 하고 싶은가’ 질문에 대한 흔들림 없는 대답을 늘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합격이 눈에 보인다. 면접장에선 수험생들의 열정, 의지, 간절함을 많이 본다. 평소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온 사람이라면 면접 역시 수월하게 치를 수 있다. 갈수록 심층면접을 보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새겨두자.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가. 연기자가 되는 데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등 스스로의 욕망과 재능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진학 과정에서 남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목표가 뚜렷할수록 전략을 세우기 쉽다. 방송과 영화 등 매체연기를 전공으로 할지, 뮤지컬이나 연극연기를 전공으로 할지 자신의 취향과 적성을 고민해보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단국대, 동국대 등 뮤지컬 특화 열풍
요 몇 년 사이 뮤지컬연기를 특화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국대학교는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 연출한 윤호진 교수를 내세워 뮤지컬전공을 특성화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공연영화학부는 영화, 연극, 뮤지컬 3개 학과로 나누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총 정원 70명 중에 뮤지컬 전공은 20명이며 정시모집에서는 학생부 30%, 수능 20%, 실기 50%를 반영한다. 실기시험은 가창(50%)과 무용(50%)으로 치른다. 입학 뒤에는 기초음악이론, 보이스 프로덕션, 발레, 재즈댄스, 애크러배틱 등의 수업을 통해 음악적 소양과 신체표현 능력을 기른다. 4년제 대학 중에서 가장 먼저 뮤지컬과를 설립한 동서대학교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뮤지컬과는 뮤지컬의 새로운 세기를 창조한다는 모토 아래 뮤지컬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정시에서 수능 30%, 학생부 20%, 실기 50%를 반영한다. 실기시험은 음악, 무용, 연기가 각 500점씩 반영된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역시 뮤지컬전공에 힘을 싣고 있다. 단국대와 달리 입학 과정에서 연극연기전공과 뮤지컬전공을 나누어 뽑지는 않는다. 입학 뒤 학생 본인의 적성과 재능에 따라 전공을 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신영섭 교수는 “배우들이 노래를 못하면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 연극을 하든, 영화를 하든, 뮤지컬을 하든, 노래라는 테크닉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뮤지컬 전공을 만들었고, 그에 따라 노래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며, 동시에 대학의 연기전공 학과에 뮤지컬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의 총 정원은 50명이며 정시모집에서 10명은 수능 100%로 선발하고, 15명은 수능 30%, 학생부 30%, 실기 40%의 비율로 점수를 합산해 뽑는다. 실기시험은 지정작품 연기 25%, 작품이해력 25%, 즉흥극 25%, 특기 25%씩 반영한다.
연기전공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실기고사다. 앞서 언급한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처럼 수능 100%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학교는 수시에서건 정시에서건 실기고사의 반영비율을 최소 40%로 잡고 있다. 정시만 놓고 봤을 때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연극연기 전공이 50%,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연기전공이 60%,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연기전공이 70%를 실기고사 점수로 반영한다.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인 동국대학교 전산원 연기전공은 실기 40%, 면접 40%, 학업계획서 20%로 수능과 내신을 전혀 보지 않는다. 실기가 합격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기전공의 실기시험은 수험생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제시하는 지정연기와 수험생들이 영화나 희곡의 한 대목을 따와 연기하는 자유연기, 춤과 노래, 악기연주, 무술 등 재능을 선보이는 특기를 겨룬다. 지정연기는 지문을 미리 공개하는 학교와 당일에 제시하는 경우 등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올해 정시모집 실기시험 지정작품으로 안톤 체홉의 <세자매>를 공개했다. 수시1차 종합실기시험에선 아서 밀러의 <시련>을 지정작품으로 내놓은 바 있다. 단국대학교는 지정작품을 미리 공개했던 예전과 달리 올해는 고사 당일에 지정연기 대본을 주는 것으로 변화를 줬다.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연기예술전공은 올해 정시에서 셰익스피어의 <오델로> 또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지정연기 작품으로 선정했다. 수시에선 2단계 지정연기 작품으로 아서 밀러의 <시련>과 조지 버나드쇼의 <피그말리온> 중 택일하도록 했다. 제한시간은 3분 이내이며 연기를 위한 소품, 의상, 음악 등은 수험생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기본기, 가능성 실기고사의 관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기고사를 잘 치를 수 있을까. 역시 기본기가 중요하다. 인덕대학교 방송연예과 윤민영 교수는 “후천적인 교육으로 다듬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기술은 입학한 뒤 학교에서 배우면 된다고 교수들은 말한다. 기본기가 탄탄히 다져져 있고, 연기를 향한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연기의 기술은 입학 뒤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실기고사장에서 지나치게 잔재주를 부리지 말자. 백제예술대학 방송연예과 이상민 교수는 “방송연예과라는 이름만 보고 화려함에 끌려서 왔는지, 진심으로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 왔는지를 본다”면서 “겉멋이 든 학생보다는 순수한 백지 상태에서 눈빛이 살아 있는 학생이 더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니 진심으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주자.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김태훈 학과장은 수험생들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배우로서의 자세”를 꼽았다. “연기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정신, 협동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어떤 연기가 좋은 점수를 받을까? “주어진 캐릭터와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박근수 교수), “현대의 배우는 기본적으로 현대발레나 현대무용, 뮤지컬 넘버 노래를 할 수 있는 게 기본이다. 그런 측면에서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친구를 뽑으려고 한다. 다이내믹한 친구를 좋아한다.”(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김태훈 학과장) 또한 교수들은 사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도 기르라고 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고,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훈련을 하고, 좋은 책과 영화와 연극을 많이 접한 학생들일수록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면접장에서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를 연극영화학부 교수들의 얘기를 귀담아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