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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직관적인 그의 언어

<고다르 X 고다르> 데이비드 스테릿 엮음 / 이모션 북스 펴냄

장 뤽 고다르의 한권의 인터뷰가 열권의 평범한 영화서적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그는 영화의 “기술은 도덕과 관계가 있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트래킹 숏은 도덕의 문제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화자다. 실은 뤽 물레의 “도덕은 트래킹 숏의 문제다”라는 말이 먼저 있었지만, 어쨌든 고다르의 것으로 굳어진 이 선언은 그의 어법을 말해준다. 확신에 가득 찬 단정은 그 때문에 모호하면서도 동시에 읽는 사람의 능동성을 요구한다. 고다르는 단정과 번복에 한치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개념의 모험가이며 오로지 역설적인 영화적 직관이라는 창을 들고 진격하는 돈키호테다. <고다르 X 고다르>의 편집자 데이비드 스테릿은 고다르의 “장난기”와 “변증법적 사유”를 주목하며 읽으라고 일러준다. “그는 자신이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고 믿으며 이 발견이 슬프고 절망적인 것일 수 있다는 점에는 전혀 아랑곳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반박하는 영화를 만들어나간다”(페넬로페 질라이트)라고 말하는 필자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나 고다르의 변덕이나 궤변의 심각성이 아니다. 논리적이고 치밀하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그의 단상의 조직들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개별 설명을 항상 뛰어넘고 있으며 시네마의 존재론에 대한 우리의 창조적 단상을 무한정 자극한다.

“다르게 묻는 법을 익히는 것. 좋은 영화는 적절히 제기된 물음들의 문제”라고 말한 그의 말은 마치 이 책을 설명하기 위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므로 1962년에서 1996년 사이 영문으로 발표된 인터뷰들을 묶은 이 책의 국내 출간은 값진 일이다. 감독 고다르보다는 비평가 고다르를 더 선호하는 한 독자의 욕심으로만 말하자면 이 뚝심있는 출판사가 고다르의 다른 저작들이나 강연록도 출간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영화가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는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현실에서 카메라로 움직이는 영화라고 이름 붙여진 현실이다.” 이 책에 담긴 고다르의 말이다. 우리는 고다르의 덕분에 영화라는 현실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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